빛으로 그린 세상

배달의 기수 본문

자료실/시와 사진의 만남

배달의 기수

빛으로 그린 세상 2017. 6. 26. 10:44

배달의 기수/ 김혜순

서울에 살면
태양도 배달온다
구름도 배달온다
바람도 배달온다
나는 오늘 창문을 열고
퀵 서비스로 도착한 눈보라를 풀어본다

정오엔 삼척에 사시는
엄마가 보낸 깊은 바다가 도착했다
여기가 깊은 바다 속 어느 집 안방이냐
심해에서 온 게들이 두 눈을 껌벅인다

잠결에도 드리는
집 앞에 오토바이 멈추는 소리
누군가 겨울밤을 집집마다
부려놓고 가는 소리
아무도 받아주지 앉자
택배 꾸러미를 박차고 나온 초승달이
미끄덩거리며 비상계단을 오르는 소리
식반을 머리에 인 아저씨가
빈 그릇 내 놓으라
주먹으로 대문을 꽝꽝 두드리는 소리

'자료실 > 시와 사진의 만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 생각하는 힘으로  (0) 2017.06.26
함박눈 다음  (0) 2017.06.26
눈 길  (0) 2017.06.26
봄의 꿈  (0) 2017.06.26
봄비가 여자를 위로하네  (0) 2017.06.26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