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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삼복더위에 맞은 휴가, 에어컨과 TV를 벗 삼아 하루 종일 집콕이다. ‘우당탕탕’ 요란한 빗소리가 베란다 창을 두드린다. 커튼을 젖히고 베란다 밖을 내다보니 먹구름을 몰고 다니던 하늘이 요란하게 소낙비를 토해낸다. 무더위 속에 목말라하던 가로수들이 싱그럽다. ‘왈왈’ 어디서 나타났는지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 먹구름 사이를 헤치고 하늘 위를 뛰어 다니며 라이브 공연을 펼친다. 물가는 치솟고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먹구름 몰려오듯 피어나던 근심걱정들이 강아지 닮은 구름 재롱에 슬며시 꼬리를 감춘다. 여름이 준 선물에 어느덧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자연은 이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볼거리를 날마다 제공해준다. 태풍이 오가는 여름 하늘은 어느 계절보다 변화무쌍하다. 가끔 하늘멍(하늘을 바라보며 멍때림..
파란 하늘아래 미루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다. 산책길을 따라 심어진 스크렁들은 바람결에 덩실덩실 춤을 춘다. 서울 이촌한강공원 풍경이다. 어깨동무 하며 그 길을 걸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에 아슴아슴 추억이 떠오른다. 아마도 이 아이들만 한 때 였나보다. 할아버지의 심부름으로 막걸리를 받아오던 길에는 논두렁을 따라 키 큰 미루나무들이 있었다. 더운 여름날 미루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쉬면서 몰래 맛보던 그 막걸리 맛이 얼마나 맛있던지... 그 달콤했던 유년의 추억에 동요 한 자락이 입안에서 맴돌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이 걸려 있네.....’ 서울시는 2017년부터 한강 동서를 잇는 약 40km 길이의 ‘미루나무 백리길’을 조성했다. 시원하게 뻗은 미루나무 길을 걷다보면 추억의 한 자락을 길어 올릴 수 있..
아이들이 계단 위까지 뜀박질을 합니다. 먼저 올라간 아이는 신이나 만세를 부르고 뒤따라온 아이는 부지런히 계단을 오릅니다. 그러건 말든 다른 아이는 줄넘기로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어른들은 돌계단에 앉아 쉬고 있는데 아이들은 이제야 제 세상을 만난 듯 신이 났습니다. 푹푹 찌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코로나의 기세는 겪일 줄 모릅니다. 숨막히는 일상이 계속되지만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다니는 뭉게구름과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이 지친 마음을 위로해 전해줍니다. ------------------- 배경과 대비되는 실루엣(그림자를 뜻하는 프랑스 용어)사진은 잘 사용하면 시선을 끄는 힘이 있습니다. 빛의 반대편은 다 까맣게 표현되기 때문에 사람의 경우 배경 속에서 더 도드라져 작게 보이는 피사체라도 눈을..
먼 산에 동이 트자 밤새 잠들었던 대자연이 기지개를 켭니다. 투명한 아침 햇살이 굽이굽이 산자락을 어루만지고 이슬 머금은 신록에도 햇살이 고루 퍼집니다. 이른 아침부터 백구 세 마리가 들판을 신나게 뛰어다닙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제 마음도 강아지처럼 뛰놀던 유년시절로 돌아갑니다. 우리 아이들도 저 강아지들처럼 마스크 없이 신나게 뛰어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만물이 꿈틀거리는 이 신록의 계절에 마스크로 동심을 가리고 있으니 얼마나 갑갑할까…. 아이들아 조금만 더 힘내. 잘 견뎌주는 너희들이 참 대견하고 고맙다. 사진·글 = 김선규 선임기자
꽁꽁 언 논바닥에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할아버지가 어린 손자를 썰매에 태워 빙판을 달리고, 젊은 아빠는 아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얼음을 지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예약한 세 팀만 이용할 수 있지만, 만국기가 휘날리는 얼음판의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꽁꽁 싸맨 몸에선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마스크 밖으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는 경쾌하다. 경기 양평 강상초 앞 논썰매장 풍경이다. “삼시 세끼 아이들 밥 해먹인 보람이 있네요. 호호호.” 어린 두 딸이 밀어주는 썰매를 타고 엄마는 마냥 신이 났다. 작은 의자 두 개를 이어 만든 썰매에 앉은 이 순간 엄마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하다. 처음에는 엄마가 아이 둘을 태우고 열심히 밀어줬다. 그렇게 몇 바퀴 돌고 나니 다리에 힘이 풀려 엄마가 힘들어하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