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삶의 원형을 찾아서 (102)
빛으로 그린 세상
은퇴 후 꿈꾸는 삶은 좀 더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고향집을 찾아 일을 벌일 때 이 느낌에 한발 다가서는 것 같습니다. 주말에 고향집으로 달려가 아담한 서재를 위해 작은 사랑방 공사를 계속 했습니다. 이틀 동안 황토몰탈과 핸디코트로 미장을 하고 전통 문과 통창 작업을 했습니다. 바쁜 시간을 내서 순창에서 농촌필사기 교육을 함께 받은 형님 한분이 도와주러 오셨고 친구이자 대부인 대학동창도 함께 땀을 흘렸습니다. 이틀간의 작업을 마친 후의 제 얼굴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고된 노동으로 몸은 지쳤지만 눈이 맑아졌고 그 어느 때보다도 충만한 표정입니다. 상량문을 대신해 미장을 마친 황토벽에 난을 처 오늘의 이 기쁨을 기념했습니다. ^^
주말 내내 작은 사랑방 서까래 샌딩 작업을 마쳤습니다. 시원한 날씨덕에 방진복을 입고 작업을 해도 별로 지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베토벤 형님이 응원의 합창을 보냈습니다. 왜 고생을 사서 하는 지 혼자 되묻습니다. 글쎄요... 작업을 하는 동안 이곳까지 쫒아온 잡념들이 하나 둘 사라집니다. 서까래의 묵은 때가 벗겨질 때 마음의 때도 벗겨집니다. 이제는 삶을 옥죄이던 헛것들을 덜어내고 조금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기를 때 좀처럼 보기 힘든 ‘호야’ 꽃이 시골집 마당에서 아름답게 피웠습니다. 삼신할미가 60년 만에 깨어나 미소 지을 것 같습니다. ^^
EBS ‘건축탐구 집’이란 프로를 즐겨봅니다. 하동에서 유럽식 스타일로 집을 꾸미고 사는 분이 출연하셨는데 바로 필이 꽂혀 휴가를 내고 시골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땅을 다지고 현무암 판석 한파렛트를 사서 증조모께서 쓰시던 맷돌을 응용하여 흙집 옆에 ‘돌꽃’을 만들어 봤습니다. 처음에는 엉뚱한 짓 한다고 하시던 마을 분들도 꽃처럼 피어난 돌 작품을 보더니 ‘멋지다’고 하십니다. 삼복더위에 땀 서 말 흘린 보람이 있습니다. ^^ 22.6.22
“그냥 헐고 새로 짓지” 100년 가까이 된 고향집 사랑채를 그것도 10년 이상 방치된 사랑방을 직접 복원한다고 했을 때 마을 분들이 보인 한결같은 반응이다. “요즘 귀뚜라미(보일러) 좋은데 뭐 하러 고생해~” 구들장을 걷어내고 하루 종일 벽돌과 씨름하는 모습이 딱해 보였는지 지나가던 이웃집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귀가에 생생하다. “그냥 좋아서요.”라며 웃음으로 화답했지만 구들을 드러내고 무너진 고래둑을 쌓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렇게 이른 봄부터 시작된 고향집 사랑채 복원작업이 찬바람이 불어서야 어느 정도 마무리 될 수 있었다. 주말을 이용해 작업하다 보니 일은 더디었고 모든 공정 하나하나가 간단치 않았다. 8개월간의 여정이었다. 코로나19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블루..
구들석탑을 쌓았습니다. 작은사랑방 해체할때 나온 구들장과 조각돌들입니다. 기둥위에 구들장을 올리고 탑을 쌓듯이 올려 세계최초(?)의 ' 삼층구들돌탑'이 완성되었습니다. 재미삼아 했는데 검게 그을린 돌하나하나에서 고단한 허리를 지지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시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
"기자양반이 노가다 다됐네" 동네 아주머니가 뿌레카로 콘크리트를 깨는 모습을 보더니 한말씀 하십니다. 저도 뿌레카 작업은 생전 처음이라 어설프기만 합니다 사랑채 앞마당에 화단을 만들고 제주도식으로 문을 달려고 1시간째 콘크리트와 씨름중입니다 '노가다'란 말이 싫지는 않습니다 하루종일 몸을쓰며 땀뻘뻘 흘리고 일을 하다보면 정신이 맑아집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오가데없고 오로지 나에 집중할수 있습니다 대문이 완성되고 정원에는 향이 좋은 산수국, 땡강나무, 섬분꽃, 가침박달나무를 심었습니다 저녁먹고 흙집 구들장에 누으니 고단한 몸이 좋다고 아우성입니다 개구리 합창을 들으며 오늘밤은 잠이 잘올것같습니다 ^^ 땡강나무 가침박달나무 섬분꽃나무 산수국
사랑채 복원 다섯째날 아침 일찍 그동안 든든한 벗이 되어준 정남이와 집앞 함박산으로 산책을 나왔습니다. 구들 놓고 새침까지 긴 공정을 마치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보았습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굴뚝을 바라보자 이내 연기가 힘차게 올라왔습니다. 성공입니다. 구들 복원에 쏟은 지난 5일간의 노고가 한순간 보상받은 느낌입니다. 구들 복원을 기념하여 좋아하는 산수국을 심었습니다. 좋은 시절에 사랑방에 은은히 불을 지펴놓고 벗들과 한잔하기를 기대합니다.
사랑채 복원 넷째날 화창한 봄날, 어머니가 음식을 잔뜩 싸들고 격려차 오셨습니다. 모처럼 맛있게 점심을 먹고 힘을 내봅니다. 오늘 미션은 구들 틈새 메우기와 황토 몰탈로 구들덮기. 구들 해체할 때 함께 나온 작은 돌들이 큰 역할을 합니다. 구들장을 단단히 고정되고 틈새를 메우는데 제격입니다. 작은 돌들이 큰 구들을 받치고 있어 구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하찮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있어 세상이 존재하고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사랑방 문턱에서 구들장 마무리 작업을 지켜보던 정남이가 감수를 합니다. 이곳저곳을 살피더니 OK 사인을 보냅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아픈 팔로 수고한 나를 위해 연태고량주로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
사랑채 복원 셋째날 몸이 고되니 잠투정 할 겨를이 없습니다. 어제는 옆집 닭이 새벽3시에 울어대는 통에 잠을 설쳤는데 새벽에 닭이 울건 말건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습니다. 오늘 미션은 고래둑 위에 구들 올리기. 구들장을 해체 할때는 몰랐는데 이맛돌의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이마돌은 불을 직접 맞기에 그 크기와 규모가 남다릅니다. 옆집 형님과 아래동네 사촌까지 동원해 간신히 이맛돌을 올렸습니다. 얼기설기 구들장들을 고래둑 위에 올리고 오늘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저녁을 먹는데 오른쪽 손목이 숟가락을 들기 힘들 정도로 아파옵니다. 반복되는 고래둑 쌓기와 구들을 옮기며 손목에 무리가 갔나봅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한 결과입니다. 머릿속 독이 빠져나간 자리에 새로운 독이 들어앉은 것 같습니다. 황토방에..
사랑채 복원 둘째날 간밤에 무서리가 내렸습니다. 오늘은 무너져 내린 고래둑을 적벽돌로 쌓았습니다. 오랜만에 벽돌을 쌓으니 삐뚤빼둘 진도가 통 나질 않습니다. “귀뚜라미(보일러) 좋아, 뭐하러 고생해~” 벽돌과 씨름하는 모습이 딱해 보였는지 지나가던 동네분이 안타까운 듯 한말씀 하셨습니다. “그냥 좋아서요.”라며 웃음으로 화답했습니다. 하루종일 네줄기의 고래(불과 연기가 지난는 통로)를 쌓고 오늘 작업을 마무리 했습니다. 고래둑이 단단해지면 마당에서 무서리 맞으며 기다린 구들이 올라갑니다, 몸은 고되지만 매주 을 마감하며 쌓인 몸속 독이 빠져나가는 느낌입니다. 돼지목살과 막걸리로 오늘의 수고를 위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