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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꽃들처럼 활짝 웃고 싶어요”… 취준생들의 소망

빛으로 그린 세상 2020. 7. 13. 09:09

수천, 수만 그루의 노란 해가 파도처럼 일렁인다. 7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황금빛 바다가 펼쳐졌다.

경쟁적으로 키재기 하는 어른 해바라기들 틈새로 어린 해바라기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잎들이 어깨동무하며 같은 곳을 바라보는 해바라기들의 모습이 무질서한 것 같으면서도 조화롭다.

수많은 해바라기 틈 사이로 웃음꽃이 피었다. 동갑내기 함혜민(26) 씨와 김은영 씨가 밝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도 이 해바라기들처럼 진짜 웃고 싶어요.”

농담처럼 말하는 은영 씨의 말에 뼈가 있다.

대학교 과동기인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이른바 취업준비생들이다.

그동안 네 차례 면접을 봤으나 코로나 감염병이 시작되면서 취업공고도 줄고 면접 볼 기회조차 좀처럼 오지 않는다며

사진을 찍을 때의 밝은 표정이 오간 데 없다.

그나마 바늘구멍이던 취업 문마저 막혀버린 느낌이라며 어깨가 축 처져있다.

“은영아, 옆에 있어 줘서 너무 고마워. 둘 다 좋은데 취직해서 소고기 먹으러 가자.”

 


혜민 씨의 말에 분위기가 다시 밝아졌다. 은영 씨도 여세를 몰아 친구의 어깨를 다독이며 한마디 한다.

“혜민아, 시기가 시기인 만큼 둘 다 힘들지만 좋은 곳에 갈 거라고 생각해. 우리 힘내자.”

서로를 의지하며 자라는 해바라기처럼 함께하는 친구가 있어 힘이 난다는 두 사람의 모습이 싱그럽다.

청춘의 치열함과 삶의 고단함도 이 순간만큼은 잊고 자유다.

두 청춘을 수만 송이의 노란 해가 바라보며 웃고 있다.

그리고 속삭인다.

“고개를 들고 가슴을 쫙 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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