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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해서 견딜 수 있었다”… 대구 사업가, 직원과 창공 날다

빛으로 그린 세상 2020. 7. 7. 06:59

하나, 둘, 셋.

줄을 꼭 잡고 바람보다 더 빨리 달렸다. 이내 두 발이 허공에서 버둥거리더니 푸른 물결이 발아래 펼쳐진다.

잔뜩 긴장한 얼굴을 부드러운 바람이 어루만져 준다.

마침내 새처럼 날고 싶다는 꿈이 이뤄졌다. 문경새재가 한눈에 보이는 하늘 위를 날고 있는 것이다.

아찔했던 정신이 돌아오면서 산과 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두대간 줄기인 조령산, 백화산, 월악산 등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저 멀리 한발 앞서 비행한 이철호(50) 씨의 모습도 보인다. 처음 하늘을 날아본다는 그도 나와 같은 심정이리라.

비행을 위해 활공장으로 올라오면서 많은 대화를 나눈 터였다.

“세상이 이래 바뀌는구나 싶었지요.”

대구에서 삶의 기반을 잡은 이 씨는 그동안 겪었던 일을 담담하게 들려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에 대구는 그야말로 암흑이었다.

친구는 물론 가족들도 제대로 만날 수 없었다. 출장을 가려 해도 대구 사람은 아예 만나주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직원들이 함께해서 견딜 수 있었어요.”

상주에서 동물약품관련 사업을 하는 이 씨는 자신이 집에서 격리되는 동안 회사를 지키며 묵묵히 일해준 직원들 덕에 어려움을 견딜 수 있었다. 사기 진작을 위해 직원들과 함께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온 것이다.

산허리를 돌아 착륙지점으로 하강을 시작하자 맑은 솔잎 향이 지상에서 올라온다. 점점이 보이는 집들과 가로수를 달리는 버스가 정겹다. 저렇듯 평화로운 풍경이지만 우리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하루하루 힘겨운 싸움을 하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길을 가는 중이다. 문득 몸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기운이 올라와 가슴이 뭉클해진다. 두 팔을 높이 들며 나도 모르게 함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대한민국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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