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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조심스레 발을 내디딘다. 신발에 갇혀 잠자고 있던 감각이 일제히 깨어나는 듯 온 신경이 발아래로 쏠린다. 물기를 머금은 황토가 반죽이 잘된 밀가루처럼 부드럽다. 서늘하고 미끄러운 감촉이 감싸자 발이 자유를 얻었다. 맨발이 더 자연스러운 대전의 계족산 황톳길이다. “아빠, 흙이 자꾸 방귀를 뀌어~” 재인(7)이가 형 재이(8)와 신나게 흙을 밟고 있다. 아이들이 발을 옮길 때마다 황토가 발가락 사이를 비집고 나오며 찌걱찌걱 소리를 낸다. 재인이는 이 소리가 흙이 방귀 뀌는 소리로 들렸나 보다. “맨 처음에는 엄청 간지러웠어요. 그런데 점점 좋아졌어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재이는 제법 의젓하게 흙 밟은 소감을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직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는데 친구들..
살몃, 살몃 가만히 들여다보니, 도토리 싹이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두근, 두근, 가만히 귀 귀울여보니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용케 다람쥐나 사람의 손을 피해 겨우내 낙엽 속에서 깊은 잠을 자고 깨어난 녀석입니다. 시련이 우리를 성장시키듯 어린 도토리도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자라겠지요. 장차 숲의 새 주인이 될 어린 도토리가 모든 어려움을 이기고 튼튼하게 자라주기를 바라며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존재를 이루고 있는 에너지에 따라 살아간다. 태양으로 얻는 빛에너지는 모든 에너지의 으뜸이다. 삶의 무게로 지치고 힘들때 자연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에너지로 충전해보자.
- ‘2007 숲체험 여름학교를 다녀와서 여름 숲은 초록빛 생명력으로 가득하다.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서있는 금강송에도, 바람에 몸을 흔드는 키 큰 풀들에도 한여름의 무성한 기운이 느껴진다. 계곡을 따라 산길을 오를수록 이글거리던 태양도 초록에 가려 빛을 잃고, 초록은 더욱더 깊어만 간다. 계곡 물소리와 매미소리만 들리던 한적한 숲속, 그런데 난데없는 여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싱그럽게 울려 퍼진다. ‘숲체험여름학교’가 열리고 있는 강원도 오대산 자락의 숲속수련장이다. “와! 신기하다. 선생님 나뭇가지에서 생강맛이 나요” 숲속교실에서는 산림과학원 조재형 박사의 ‘숲과 나무’ 수업이 한창이다. 학생들이 채집된 여러 가지 나뭇잎과 나뭇가지 등을 만지고 냄새를 맡고 또 맛을 보고 있다. “숲을 알려면 나무와 친해..
- 서울시 종로구 와룡동 창덕궁 후원 오전의 햇살이 뜨겁다. 여름이 부쩍 빨라진 탓인지,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에 도심의 빌딩과 아스팔트가 이글거린다. 인위적인 냉방이 아니고는 이 더위를 어찌할 수 없는 도심의 한가운데. 그런 이곳에 울창한 녹음이 하늘을 가리고 상쾌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는 곳이 있다면 믿어질까. 게다가 고궁의 고풍스러운 멋과 자연을 벗 삼아 즐기던 선조들의 여유까지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자유 관람이 허용되는 목요일, 창덕궁을 찾았다. 돈화문을 지나 창덕궁에 들어서자 번잡한 도심에서 불과 몇 걸음 만에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하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수령 600년 이상의 회화나무가 그렇고, 고궁이 주는 고아함과 한적함이 그러하다. 이곳에서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