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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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시와 사진의 만남

나는 황소처럼 느리게 갈 것이다

빛으로 그린 세상 2017. 6. 26. 11:48

 나는 황소처럼 느리게 갈 것이다 / 신현림

잠시라도 느슨해지고 싶어
푸른 정자처럼 앉아 강물을 굽어본다

가장 풍요한 방식으로 마음을 눕혀
벽이란 벽
문이란 문 다 열고
귀와 눈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 다 열면
바람이 난지 내가 바람인지 모른다

스피드가 다는 아닌데 세상이 얼마나 빨
리 흐르는가
스피드는 여운을 남기지 않는다
여운없는 삶이란 얼마나 메마른가

당신은
빨리, 빨리, 빨리, 외치며 달려도
나는 황소처럼 느리게 걸을 것이다
땅에 입맞춤하며 느리게
모든 것을 음미하며 느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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