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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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서”… 깊은 산중 오두막에 촛불을 켜다

빛으로 그린 세상 2020. 8. 21. 08:11

천천히 찾아오는 어둠은 부드럽다. 수직으로 뻗은 나무와 온갖 모양의 나뭇잎들이 어둠 속에서 자신의 빛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한다.

여름을 노래하던 새들도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고 산은 깊은 침묵에 젖어들었다. 지리산과 덕유산 두 거인 사이에 오롯이 자리한 금원산 ‘고요의 숲’에서 밤을 맞고 있다. 전기가 없는 깊은 산중 어둠 속으로 빛 하나가 찾아들었다.

10여 년간 인적이 드문 산속에서 홀로 명상의 터를 일군 서승원(53) 씨가 책을 읽기 위해 촛불을 켰다.

양초 1개와 작은 향초 2개가 어둠을 가르며 2평 남짓한 오두막을 밝힌다. 책상 위에는 노자의 도덕경이 놓여 있고 벽을 따라 놓인 선반엔 책이 수북하다.

“빛이 없으면 많은 것이 보여요.”

서 씨는 고교 시절부터 지리산을 타며 침낭 속에서 별을 보고 잠드는 것을 좋아했다.

산은 늘 방황하는 자신을 받아줬고 혼자 있어도 외롭거나 무섭지 않았다.

고요와 어둠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갓 서른이 넘은 해 겨울날 산속에서 눈 속에 파묻힌 나무 한 그루를 발견했다. 자신의 모습을 닮아 꼭 껴안아줬는데, 나무가 가시투성이였다. 음나무였다. 세상을 향해 가시를 세우며 살아온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선명해지며 자신을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가 지은 흙집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쉬 잠이 오지 않는다. 몇 번을 뒤척이다 일어나 앉는다. 고요 속에서 문득 나 자신과 마주한다. 그 모습이 낯설다. 그동안 하루하루 애쓰며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에 측은한 마음이 인다. 어둠이 처진 어깨를 어루만져준다.

통유리창 너머 밤하늘에 무수한 별이 나무에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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