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또 하나의 가족’…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본문
“냐아~옹 야옹.”
사뿐사뿐 돌다리 난간을 걷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까만색 망토를 두르고 흰 구두를 신은 듯한 매혹적인 자태에 행인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스마트폰에 담기 바쁘다. 그 모습을 한 남자가 자전거에 걸터앉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우리 삼봉이가 산책을 좋아해요.”
청계천으로 반려묘와 산책을 나온 윤미식(43) 씨가 ‘삼봉아!’ 하고 부르자 고양이가 특유의 민첩함으로 윤 씨의 어깨 위로 사뿐 올라선다. 원래 한 몸인 것처럼 그 모습이 자연스럽다. 4년 전 버려진 냥이를 친구가 데려다 키워 새끼를 낳고 그중 한 마리가 윤 씨 곁에 오게 됐다.
“이 아이를 만나기 전에 방황을 많이 했어요.”
크로스핏 트레이너인 윤 씨는 텅 빈 집에 오면 늘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하루 종일 회원들을 상대하다 보면 몸은 파김치가 되고 말을 많이 할수록 삶이 공허해지는 느낌이었다. 친구의 부탁으로 새끼 고양이를 키우며 처음엔 데면데면했다. 어느 날 속상한 일로 술을 많이 마시고 집에 오자마자 쓰러져 잠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삼봉이가 바로 옆에서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제 영혼이 위로받는 느낌이었어요.”
그때 삼봉이 눈이 어찌나 맑고 투명했던지 아직도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교감이 있은 후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됐다. 그날 이후로 과묵한 삼봉이와 대화도 하고 산책도 같이하는 식구가 됐다.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반겨주는 것은 삶의 큰 위안이 된다. 우리 집도 아이들이 다 커서 둥지를 떠나간 자리를 3년 전 식구가 된 냥이가 대신하고 있다. 퇴근해 집 안에 들어서면 다가와 꼬리로 다리를 휘감으며 반가움을 표시한다. 그 아이의 맑고 투명한 눈빛을 보면 분명 다른 별에서 온 존재라고 생각돼 혼자 묻곤 한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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