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아들 넷 잃은 팔순 할머니의 돌탑 공양… “정성 부족해 우짠디요” 본문
‘딸랑 딸랑 딸랑.’
맑고 시린 풍경소리가 경내에 울려 퍼진다. 스피커에서 울리는 독경 소리에 맞춰 연등들이 춤을 춘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도심 속 사찰 길상사를 찾았다. 네 마리의 암수 사자가 떠받치고 있는
길상7층보탑 주변을 돌며 지친 마음을 다독이다 문득 잊고 지내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만인간 다 편하고 다 평화로워, 화목을 이루면 우리 자식들에게 좋겠죠.
자식들 공만 안 드립니다. 우리나라가 편해야 돼요. 한 몸 한뜻으로 모두 편하게 해주십쇼.”
마치 랩을 하듯이 중얼거리며 기도를 하신 할머니는
앞치마에 고이 가져온 방울토마토 몇 알을 돌탑 위에 올려놓으셨다.
“정성이 부족해서 우짠디요, 더 사갖고 올 것인디 이렇게 왔네요.”
햇살이 곱던 그날, 두륜산 만일지암 오층석탑 앞에서 기도를 하시는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할머니는 팔순이 넘었지만 매일 산에 올라 나물을 뜯고 탑에 들러 기도를 드리셨다. 열다섯에 시집와
10남매를 낳고 사고와 병으로 아들 넷을 연달아 잃었다고 한다.
화를 달래기 위해 뭐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 무작정 산을 타셨다.
그렇게 시작한 산행과 기도가 40년을 넘었다. 담담한 어조로 자신이 살아온 길을 들려주시는 할머니의 말씀
내내 가슴이 아팠다. 할머니는 어떻게 이 힘든 삶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삶이란 무엇일까?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아직 답을 구하지 못했다.
‘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이성복 시인의 시 구절 한 마디가 마음을 위로한다.
풍경소리가 내 마음속에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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