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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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키워온 꽃과 나무… 그의 몸에도 신록이 돋아나고 있다

빛으로 그린 세상 2020. 5. 8. 11:15

아기 손 같은 신록들이 기지개를 켠다. 분홍색 앵초, 보랏빛 팥꽃나무, 노란 산괴불주머니가

저마다 자신의 색을 뽐내고 있다. 연못가에 동이나물이 노란 꽃을 피웠고

그 사이로 갓 깨어난 올챙이들이 꼬물꼬물 헤엄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된 봄의 절정에 경기 용인 한택식물원에서 만난 풍경이다.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존재는 없습니다. 식물도 마찬가지지요.”

모란작약원에서 만난 이택주(80) 원장이 새로 돋아난 신록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반평생 식물원을 가꾸고 지켜온 그의 모습에는 할아버지 같은 자상함과 부드러움이 배어 있다.

경제 논리가 앞서던 1970년대 그는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우리 산, 우리 강의 작은 풀꽃들에

젊음과 열정을 바쳤다. ‘제대로 된’ 식물원을 만들겠다는 그의 꿈은 국내 최대의 종합식물원으로

결실을 맺었다. 20만 평 대지에 9700종의 식물이 이곳에서 자라고 있다.

“모든 생명은 서로 주고받으면서 지내는 소중한 동반자예요.” 해마다 때에 맞춰 피고 지는 이곳의 식물들이


모두 자식 같다고 한다. 날마다 식물을 돌보니 꽃과 나무들은 아름다운 향기로 화답했다.

지난겨울 난생처음 지독한 독감을 앓았는데 눈 속에서 복수초가 올라온 것을 보고

다시 생기를 찾을 수 있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왔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진짜 꿈은 ‘꽃과 나무 같은 삶’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여든의 나이에도 늘 청년 같은 느낌을 알 것 같다. 수수꽃다리, 분꽃나무가 노신사의 눈인사에

은은한 향기로 화답한다. 그의 몸에도 신록이 돋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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