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빛으로 그린 세상/행복편지 (46)
빛으로 그린 세상
아무도 살지 않을 것 같은 두메산골 한 농가. 눈 덮인 마당에 소쿠리 하나 놓여 있습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박새 한 마리, 작은 주둥이로 호두 부스러기를 물고 오물거립니다. “지들도 목숨이 붙어 있는데 얼마나 배고프겠어!” 몸도 마음도 움츠러드는 추운 겨울 더불어 사는 작은 생명을 위해 아낌없이 내어주는 농부의 선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2007/충북 영동
칼바람이 불어오는 능선 위에 홀로 서 있는 나무 한그루. 그래도 외롭지 않다. 겨울이 춥고 길수록 다가올 봄이 더욱 아름다울 테니까……. 2004/대관령
밤바다를 밝히는 등대를 가만히 가슴 속에 담아본다. 누구나 외롭거나 절망할 때가 있는 법. 그럴 때에는 저 등대지기의 심정으로 마음 속 어둠을 밝히는 등댓불 하나 켜두어야겠다. 2009/어청도
인디언들은 말을 달리다가도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뒤돌아본다고 하지요. 뒤늦게 오는 자기 영혼을 기다리는 것이라 합니다. 자기가 걸어온 눈길을 뒤돌아보는 저 비둘기, 앞만 보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반성하게 합니다. 2009/창경궁
손바닥에 땅콩을 부수어 놓고 손을 쭉 내밀자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곤줄박이가 손바닥에 살며시 내려앉았습니다. 처음에는 무척 긴장이 되었습니다. 새도 긴장을 했는지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곧이어 가녀린 무게감과 땅콩을 쪼아 먹는 몸놀림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져왔습니다. 이렇게 경계와 긴장을 넘어 자연과 사람이 마음을 주고받으며 친구 하는 세상이라면 좋겠습니다. 2005/충남 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