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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저리도 좋으실까.’ 밭에서 일하시던 어머니가 아들을 보자 반갑게 맞아주신다. 최근 넘어져 발을 다치셨다는 말을 듣고 근심스러운 마음에 시골집으로 향한 길이었다. 오른쪽 발목에 깁스를 하고도 무와 함께 춤이라도 추실 기세다. 언제 심어 놓으셨는지 밭에는 배추와 무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해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머니의 걱정이 하나 늘어난다. 김장 때문이다. 집안 연례행사 중 김장은 상위권에 속하는 중요한 행사였다. 날짜가 정해지면 그날은 애·어른 할 것 없이 가족들이 총동원돼 시골집에서 김장을 했다. 김장은 단순히 김치를 담그는 그 이상의 의미가 가족들에게 있었다. 자식들은 추석 이후 한자리에 모이는 계기가 됐고, 어머니에게는 당신이 힘써 지은 배추농사로 자식과 이웃에게 김장김치를 나눌 수 있는..
아름드리나무들이 형형색색의 뜨개옷을 입고 있다. 모양도 무늬도 각양각색이다. 초록 바탕 뜨개물 위에 별들이 반짝이고 아기 곰과 산타가 동심의 나래를 펼친다. 연꽃 모양을 수십 장 이어붙인 뜨개옷도 있다. 찬바람이 불고 거리에는 낙엽이 뒹구는 쓸쓸한 계절이지만 가로수들이 알록달록 옷을 입고 있는 인천 새말초 앞 도로는 나무들의 축제가 벌어진 듯하다. “손뜨개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어요.” 교문을 빠져나온 아이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정경훈(45) 씨가 나무의 뜨개옷을 매만지고 있다. 낡고 오래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을 찾아 고민하던 정 씨는 평소 취미로 하던 뜨개질로 나무에 옷을 입히는 ‘트리니팅(trees knitting)’을 기획했다. 둘째 아이가 다니는 초..
소 닭 보듯 한다고 했나요. 남의 밥그릇을 기웃거려도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는 송아지의 여유가 부럽습니다. 2007/ 경북 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