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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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힘겨워도…삶은 계속되고 희망도 함께하리라

빛으로 그린 세상 2020. 12. 22. 08:47

텅 빈 해변에 구름만 가득하다. 드넓은 모래사장 너머로 바다와 맞닿은 하늘에 구름이 물결친다. 할매바위 앞 외로운 등대는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다. 겨울 바다에 서니 만감이 교차한다. 모든 모임은 취소됐고 어느 때보다 분주했을 송년의 거리는 적막하기만 하다. ‘감염’이라는 공포가 찬바람과 함께 휘몰아치면서 사람들은 더욱 움츠러들고 마스크 속으로 깊숙이 숨어들었다.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 내 기억 속에 일몰이 가장 아름다웠던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을 찾았다.

“날씨도 코로나랑 같이 가는 것 같아요.”

코로나가 극성이니 하늘마저 우울해하는 것 같다며 문화관광해설사 홍경자(67) 씨가 인사를 건넨다. 관광객이 많이 와 가장 바쁘고 보람찰 때지만 올해는 그런 희망을 버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을 때 잠시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다시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간혹 관광버스가 오면 반가운 마음도 들지만 동시에 혹시나 하는 걱정도 함께 따라온다.

“인생은 걱정하는 만큼 나쁘지 않더라고요.”

살면서 걱정만큼 부질없는 것이 없다면서 그녀는 자신의 삶도 걱정투성이였다고 전한다. 20년 전 남편이 저세상으로 먼저 가면서 하루하루의 삶이 막막했다. 4남매를 홀로 키우며 군청에서 닥치는 대로 ‘알바’를 하다가 태안군 최초의 여자 문화관광해설사가 됐다. 늘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난 삶을 돌아보니 하루하루 묵묵히 사는 것이 상책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코로나는 우리에게 삶의 쉼표를 주는 것 같다며 이 시간 동안 더 많이 공부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는 포부를 전한다.

다시 세찬 바람이 불어온다. 일상을 잃어버린 우리는 하루하루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곧 새해를 맞이할 것이다. 아무리 힘겨워도 우리의 삶은 계속되고 새로운 희망도 찾아들 것이다. 먹구름 속에서 햇살이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먼바다를 바라보던 그녀의 안경알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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