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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운 솟대처럼… 우리 모두 ‘희망의 안테나’세웁시다

빛으로 그린 세상 2021. 1. 13. 09:38

돌돌 말려 있던 금계국 꽃봉오리가 찻잔 속에서 활짝 피어난다. 따뜻한 차 한 모금에 추위에 웅크렸던 몸이 살살 녹는 느낌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하늘로 날아갈 듯 고개를 쳐든 작고 앙증맞은 솟대들이 작업실에 가득하다. 추위를 피해 전국의 새들이 여기에 다 모인 것만 같다. 웃음을 솟대에 실어 보내는 웃음치료사 송상소(60) 씨의 작업실이다.

방금 제작한 솟대를 보여주는 송 씨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가녀린 나뭇가지에 앉은 새 모양에 화사한 꽃무늬가 새겨져 있다. 5년 전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솟대에 마음이 끌려서 하나둘 만들어 보기 시작했었다. 그렇게 만든 솟대를 이웃에게 선물했더니 하나같이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때부터 솟대를 받는 이에게 항상 웃는 일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표식처럼 꽃을 새겨 넣었다.

“제 이름이 상(相) 소(笑)예요. 호호호.”

부모님은 딸 둘을 낳고 아들을 갖기 위해 7년 동안 공들인 막내가 아들일 것을 의심치 않으셨다고 한다. 그런데 낳아보니 딸이라 웃음밖에 나오지 않아 아버지가 이름을 상소로 지어주셨다며 한바탕 웃는다. 어릴 적 학교에서도 이름이 특이해서 선생님들이 발표나 읽기를 자꾸 시키셨고 그래서 불평하면 ‘넌 상소만 올리냐’며 놀렸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그 이름 덕에 활기차게 웃으며 지내고 있고 안양시 웃음치료사 1호가 돼 어르신들과 신나게 웃음체조도 할 수 있었다.“소원을 빌면 애들이 듣고 하늘에 알려줘요.”

무심한 나뭇가지가 그녀의 손을 거쳐 새 모양이 되고 꽃무늬로 단장되니, 솟대에서 온기가 전해지는 듯하다. 예로부터 솟대는 사람들의 소원을 하늘에 전해주는 희망의 안테나였다.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들의 염원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요즘이다. 솟대 하나를 가슴에 품고 빌어본다. 올해는 우리 모두에게 웃음꽃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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