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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행복하게”… 버려진 아픔까지 보듬어주는 눈맞춤

빛으로 그린 세상 2020. 10. 30. 08:56

마스크를 잠시 벗고 긴 숨을 들이쉰다. 공기가 제법 선선하다. 구절초 틈에서 철 지난 망초 꽃들이 강인한 생명력을 과시하며 파란 가을 하늘을 우러른다. 재활치료를 통해 유기견에게 새 삶을 불어넣어 주는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를 찾았다. 청명한 하늘 아래 파란 조끼를 입은 훈련사와 호리호리한 개 한 마리가 훈련을 하고 있다. 김지연(26) 훈련사와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산토’다.

지난 5월에 안산보호소에서 이곳으로 온 산토는 발견 당시 오른쪽 골반뼈가 부러져 있었다. 바로 수술했으면 치료할 수 있었지만 유기된 상태로 오랫동안 방치돼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지금도 한쪽 다리가 불편해 강아지용 짐볼 등을 이용해 훈련을 받고 있다. 이곳에 온 유기견들은 한두 달 훈련을 거쳐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분양돼 반려견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만, 산토는 5개월째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유기될 당시 충격으로 분리불안 증상이 심해 두 번이나 입양됐다가 다시 돌아왔다.

“이 아이들은 버림받은 기억이 있어서 훈련할 때도 칭찬을 많이 해줘요.”

지연 씨의 얼굴을 바라보던 산토가 “손” 소리에 얼른 앞발을 내민다. “잘했어”라는 칭찬과 함께 지연 씨의 뒷주머니에서 간식도 나온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산토가 주변을 뱅글뱅글 돌면서 껑충 뛰기도 하고 그야말로 신이 났다. 취재를 하던 나에게도 몸을 비비고 얼굴에 입을 맞추는 등 친밀감을 표시한다. 머루같이 까만 눈을 가까이서 보니 측은한 마음이 인다. 낯선 곳에 버려지고 다쳤을 때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을까?

“이 땅의 모든 동물은 ‘지구별에서 함께 사는 친구’지요.”

극도로 불안했던 아이들도 사랑으로 보살펴주면 어느새 다가와 제 몸을 비비며 순한 눈빛으로 변한다며 지연 씨가 미소 짓는다. 자신이 돌보며 훈련시킨 유기견들이 새로운 가정에 입양돼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더없이 행복하다고 한다. 다시 훈련이 시작됐다. 자세를 낮추고 눈높이를 맞춰 교감하는 산토와 지연 씨의 모습이 가을 햇살처럼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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