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여기를 어디라고 말해냐 하나 본문
여기를 어디라고 말해냐 하나 / 김명리
여기를 어디라고 말해야 하나
이 한 장의 스냅사진 속의
역광에 쓸리는 가을 산빛
한낮의 졸음처럼 때아닌 설움처럼
숨통에 하나 가득
대번에 몰려오는 이 뭉클함
사람의 한 생애를 사무치게 버팅기는
이 산빛 이 물 빛 이 바람 속을
산그늘이 풀어헤친 비밀한 행낭의
어디, 어디쯤이라고 말해야 하나
어쩌면 여기쯤에서
머무르고 싶다고 말해도 좋으리
한 마지기 하늘의 수줍은 논배미 속으로
탕탕히 내다거는 씨옥수수
생량머리 바람이 주저 없이 얼싸안는 저 나이테
면면한 세월의 요만한 남루쯤이야!
단숨에 내달려가 와락 안기고 싶은
괄게 지핀 인정의 훗훗한 아궁이 속 같은
여기, 여기쯤을
내 마음이 닿고 싶은
고향이라고 말해도 좋으리
꽉 다문 입술로 사랑이라 말해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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