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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조리 할머니, 새해 받고싶은 福은… ‘함께 일하는 일상’

빛으로 그린 세상 2021. 2. 20. 15:14

털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야 할 마을회관이 굳게 잠겨 있다. 겨울이면 하루도 쉬지 않고 복을 엮던 손길과 발길이 이어지던 곳이다. 한 해 복을 담을 복조리를 만드는 경기 안성시 죽산면 신대마을이다. 남녘에서 부지런한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텅 빈 들에는 메마른 풀들만 남아 있고 인적이 뜸한 마을 골목에는 찬바람이 서성인다.

“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엄청 힘들어요.”

집 안 거실에 잘게 쪼갠 대나무가 한가득 놓여 있고 완성된 조리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그 가운데서 폐현수막을 펼치고 앉아 이간난(70)씨가 홀로 조리를 만들고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삐뚤어지기 때문에 발로 단단히 고정하고 억센 대나무를 바느질하듯 한 코 한 코 엮어야 한다. 복조리를 엮고 있는 주름진 손이 나무껍질처럼 까슬까슬하다. 손가락 끝은 갈라지고 굳어 있다. 함께 모여서 할 때는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혼자 하니 즐거움은 사라지고 고된 노동만 남았다.

“혼자 하니까 심심해 죽겠어.”

마을 아낙들은 겨울이면 하루도 쉬지 않고 마을 공동작업장에 모여 복조리를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잘 때까지 서로 웃고 떠들며 지내다 보면 하루해가 짧기만 했다. 가족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자식 걱정, 손주 자랑에 서로의 속사정도 훤했다. 무엇보다도 일하는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알기에 함께 있음으로써 위로가 되고 힘이 됐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마을 공동체의 오랜 전통을 한순간 바꿔버렸다. 홀로 작업하는 아주머니 옆에는 고양이가 유일한 벗이 됐다.


“이거 걸어놓고 복 많이 받아요.”

애써 작업한 복조리 하나를 선뜻 주시는 것을 받으려니 마음이 찡하다. 투박하고 단순하지만 한 땀 한 땀 정성이 올올이 박혀 있다. 새해 어떤 복을 받고 싶으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코로나19가 물러가 다 같이 모여 복조리를 만드는 것이라던 아주머니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복조리를 바라보며 아주머니의 소박한 소망처럼 일상을 회복하는 해가 되기를 빌어본다.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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