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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의 양대(兩大) 선진국’으로 꼽히던 필리핀은 60년대 한국이 따라잡아야 할 경쟁상대였다. 하지만 이번 필리핀 사태로 다시 살펴본 필리핀의 속살은 곯아 터질때로 곯은 모습이었다. 한 달 소득이 23달러(약 2만2000원)가 안 되는 극빈층이 총인구(8500만명)의 35%에 달하고 있다. 1986년 피플파워를 통해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이루었지만, 이는 전통적 엘리트들의 전면 복귀를 낳는 계기가 됐을 뿐 거리를 행진하던 민중들의 목소리는 이후 수립된 민주주의 정권에서 담아내지 못했다. 빈부의 격차는 더욱 커졌고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빈곤층은 더욱 확대됐다. 수도인 마닐라 시내 곳곳에 고무신도 못 신은 어린이들이 외국인을 보는 순간 손바닥을 벌리며 돈을 달라고 쫓아왔고 다른 ..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차 한잔을 마시는 동안 현해탄을 건너고 있다.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이름과 달리 잔잔한 현해탄을 바라보며 감상에 잠길 틈도 없이 어느새 기내에는 오카야마(岡山) 공항에 착륙하기 위한 안내방송이 흐르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1시간 30분. 참으로 가깝다는 것이 피부에 와 닿는다. 일본 서남부의 중앙에 위치한 오카야마현은 한국과 깊은 인연을 간직한 곳이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누루고 정권을 잡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전쟁대신 화해외교를 택했다. 양국교류의 상징인 조선통신사 일행은 부산에서 배를 타고 현해탄을 건너 12차례 일본을 찾았다. 오카야마현 우시마도는 조선통신사들이 여독을 풀던 기항지였다. 당시 우시마도 사람들은 조선통신사 일행을 환대하며 이들의..
200만년 역사를 지닌 바다속 신비를 더듬어 보는 탐험은 두려움반 기대반이었다. 간단한 잠수교육이 끝난후 마침내 OK 사인이 떨어졌다.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서로의 팔을 움켜쥐고 천천히 바닷물 속으로 들어갔다. 난생 처음 들어가보는 바다속은 고요했다. 처음 보는 해초, 물고기들, 신비한 산호들…. 일상적인 말로 표현하기 힘든 산호와 바닷물과 빛이 빚어내는 오묘한 추상화는 그저 넋을 놓게 만든다. 바위틈 사이사이에 있던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와 팔을 간질인다. 가만히 보니 어디서 많이 보던 물고기다.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오렌지색 크라운 피시 ‘니모’다. 너무도 반가웠다. 친구를 만난 듯 물고기는 손을 뻗어도 도망가지 않는다. 마치 만화속 주인공이 된 느낌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도 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