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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전남 장성군 북일면 문암리 금곡마을 전라남도 장성은 건강한 숲의 고장이다. 산림이 전체면적의 70%에 달하며 산 속에는 튼실한 나무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다. 다른 지역에서 흔한 나무병도 이 지역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한눈에 봐도 건강한 나무들의 푸르름이 온통 사위에 가득하다. 장성의 숲 중에서도 으뜸은 서북쪽에 위치한 축령산 숲이다. 이 축령산 숲은 지난해 유한킴벌리로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숲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춘원 임종국 선생이 자비를 들여 지난 56년부터 조성한 이곳에는 아름이 씨름선수 허리통만한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빽빽하다. 평균 나무 높이도 18m에 달해 대낮에도 해가 안보일 정도다. 축령산 숲속에는 6km의 황톳길이 나 있다. 이 조용한 숲속 황톳길을 걷노보면 복잡한 세상사가 어..
충북 영동군 상촌면 궁촌2리 옛날에 호두 농사를 짓는 욕심 많은 농부가 신께 빌었다.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호두를 많이 생산할 수 없습니다. 1년 동안 궂은 날 없이 좋은 날만 내려주십시오″ 하늘은 간절한 농부의 소원을 들어주어 청명한 날만 계속되었고, 마침내 그 해에는 대풍년이 들었다. 드디어 호두를 수확하는 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호두 속이 모두 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그때서야 농부는 깨달았다. 좋은 호두를 생산하려면 모진 비바람도 견뎌야하고 뜨거운 가뭄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온갖 어려움을 견디면서 속이 꽉찬 호두를 영글어내는 호두나무처럼, 최근까지도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산골에서 거친 땅을 일구며 호두를 생산해내는 마을 사람들이 있다. 충북 영동군 상촌면 궁촌리다. 껍질이 얇고..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서포리 누구나 한번쯤은 섬으로의 여행을 꿈꾼다. 눈부신 백사장, 푸른 파도, 유유히 하늘을 나는 갈매기 떼... 섬은 상상만으로도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문득 도시의 삶이 막막해 보일 때 한번쯤은 골치 아픈 일상을 툴툴 털어 버리고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안개 낀 섬들 사이를 지나 덕적도로 가는 바닷길은 뻥 뚫린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기분이다. 연안 여객터미널부터 '새우깡'을 쫓아온 갈매기 떼의 공중묘기는 뱃길의 즐거움을 더한다. 바다의 풍광을 담는 동안 언제 떠났나 싶게 어느덧 덕적도 진리 선착장에 도착했다. ″세상 참 좋아졌지유″ ″어쩌다 뭍에 한번 나가려면 통통배로 10시간은 넘게 고생했구먼″ 선착장 한 켠에서 갓 낚아 올린 우럭 놀..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제전마을 지구상에 존재한 수많은 생물체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파괴적인 생물은 단연 공룡이다. 티라노사우루스 처럼 육식 공룡은 인류의 조상인 영장류를 비롯한 다른 생물체에게는 잔인하고 난폭한 약탈자로 공포 그 자체였다. 진화의 시간이 흐르고 공룡은 어느 순간 매력적인 동물로 변신했다. 만화영화 '둘리'에서 처럼 사랑받는 귀염둥이 애완동물로 등장하기도 하고 실존했던 신비의 동물로 학자들은 공룡의 자취를 쫓기도 한다. 공룡은 어쨌든 사람들에게 언제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물임이 틀림없다. 미국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공룡의 전성기였던 쥐라기 시대에 착안해 영화 '쥐라기 공원'을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남부지방에는 그보다 훨씬 방대한 '쥐라기 공원'이 실제로 존재했다. 경남..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천리포 마을) 서쪽 해안가 땅끝인 북위 36도 46분, 동경 125도 8분 반도 최서단에 위치한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천리포마을. 땅끝마을 하면 으레 전남 해남을 연상케 하지만 메르카토르 도법에 익숙해진 지도상의 개념일 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원형의 지구에는 본래 위아래가 존재하지 않는다. 천리포 마을을 찾아가는 길은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하다. 서울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서산 IC를 거쳐 서산시와 태안을 거쳐 2시간 남짓 달리면 도로 양편으로 쭉뻗은 짙푸른 송림이 군데군데 펼쳐진다. 이제까지 충청남도 정경과는 사뭇 다르고 유럽의 전나무숲보다도 산뜻하다. 서해의 저녁노을과 아침안개는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천연녹색을 빚어냈다. 해안국립공원이 위..
경기도 화성군 우정면 국화리 사람들은 휴가철이 아니어도 섬을 그리워한다. 일상을 벗어난 곳에 섬이 있다는 믿음 때문일까? 사막같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골치 아픈 일상을 툴툴 털어버리고 한번쯤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주게 하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 섬이다. 눈부신 백사장, 푸른 파도, 유유히 하늘을 나는 갈매기떼... 섬은 또한 상상만으로도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는 활력 충전소인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섬이 많다. 삼면의 바다에 모두 3천1백70개의 섬이 있다. 그 중 4백79개의 섬에는 사람이 살고 있으며 제주도처럼 큰 섬도 있지만 자연부락을 이룬 조그만 섬이 대부분이다. 국화도. 이름 그대로 서해 장고항 앞바다에 한송이 국화처럼 떠있는 작고 아름다운 섬이다. ..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소광리 소나무는 아름답다. 푸르름도 물론이지만 우리네 삶과 가까이 있어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언제나 소나무는 온갖 어려움을 함께 겪어온 살붙이 처럼 정겹게 느껴진다. 사람이 태어나면 금줄에 솔가지를 꽂아 부정을 물린다. 사람이 죽으면 소나무 관속에 누워 솔밭에 뭍히게 된다. 바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네 일생이다. 그리고도 오랫동안 소나무는 우리와 함께 한다. 무덤가를 지키며 삶에 지쳤던 망자의 한을 달래준다. 혼령들은 은은한 솔바람과 솔빛,솔향에서 안식을 찾고 위안을 받는다. 조상들은 소나무와 더불어 나고 솔밭사이에서 뛰놀고 일하다가 소나무에 묻히는 우리의 인생을 흔히 '소나무 문화'라고 스스로 불러왔다. 경북 울진군 서면 작은 빛골(소광리)은 우리 선조들의 소나무에 대한 사랑..
경남 창녕군 이방면 안리 장재마을 까막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경남 창녕군에 있는 우포늪의 새벽은 이육사 시인의 란 시의 첫구절을 떠오르게 한다. 영남 알프스의 한축을 이루는 화왕산 너머 동쪽 하늘이 부옇게 동이 트면서 밤을 감싸안고 있던 물안개가 갈 곳을 모르고 떠돈다. 수면에 그림자를 드리우던 방죽의 미류나무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태고의 적막이 삼라만상을 숨죽이게 한다. 닭우는 듯한 소리를 내며 새 두마리가 물 위의 미루나무 그림자를 가르며 날개짓을 한다. 물닭이다. 1억년 계속 되어온 우포의 아침이 열리는 순간이다. 하늘과 수면이 황금빛으로 변하자 밤새 숨죽이던 수생 동식물들이 저마다의 하루를 시작하는 기지개를 켠다. 붕어등 수중생물들이 입질을 시작하고 늪..
전남 구례군 산동면 위안리 상위마을 남녘의 봄은 꽃들의 이어달리기로 시작된다. 섬에서 출발한 동백꽃이 바다를 건너 뭍의 동백에게 바톤을 넘기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다음주자들이 계속 이어서 달린다. 봄바람을 따라 순조롭게 북으로 이어지던 꽃행진이 지리산 자락에 막혀 섬진강 주변을 맴돌면 강자락의 광양,하동,일대가 마법에 걸린듯 일제히 겨울 옷을 벗고 현란한 색조의 매화와 앵두꽃이 강변마을을 화사하게 수놓는다. 남도의 땅으로 봄 마중 가던 날, 하늘이 꾸무럭 거리며 잔뜩 흐려있다. 겨우내 마른 대지에 한바탕 빗줄기가 쏟아지자 매화가 분분히 흩날리고, 물기를 잔뜩 머금은 산수유가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린다. 비로소 겨울의 남은 기운이 완전히 사라진다. 산수유의 기지개에 모든 나무들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듯..
충남 서산시 대산읍 웅도리 소 밭갈이와 소달구지가 무형 문화재 만큼이나 보기 드물어진 요즘, 아직도 소달구지를 이용하여 살아가는 어촌 마을이 있다. 충남 서산시 대산읍 웅도리 웅도. 이곳에서는 썰물이 되면 먼 갯벌에서 조개 등을 캐어 소달구지에 가득 싣고 온다. 세계가 하루 생활권으로 접어든 21세기에, 기계 대신 느릿느릿한 소달구지를 이용하며 살아가는 소달구지 어촌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흐뭇하고 정겹다. 웅도는 충남 서산시와 태안군 사이의 바다인 가로림만 동쪽에 들어 앉아있다. 웅도는 하루에 두 번씩 6시간마다 육지가 됐다가 다시 섬이 되는 곳이다. 갯벌위로 놓여있는 폭 3m, 길이 2백50m의 시멘트길이 썰물 때마다 웅도를 육지로 이어준다. 바닷길이 열리는 곳으로는 경기도 화성의 제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