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 서울대공원 쏟아지는 가을 햇살이 눈부시다. 청계산 봉우리와 부드럽게 이어지는 산자락은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있다. 이렇게 계절은 어김없이 다가오나 보다. 푸르렀던 녹음은 어느새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고 하나, 둘 나뭇잎을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공원 입구부터 소풍을 나온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림이 가득하다. 아이들은 코끼리열차를 타고 공원 정문으로 가고 울긋불긋 등산복을 입은 노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단풍이 물든 나무 밑으로 낙엽을 밟으며 걸어간다. 도심에서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서울대공원이다. 가을 숲의 단풍 길을 걸어간다. 가을을 노래한 시를 길가에 전시해놓고 ‘단풍길’임을 알려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길이건, 아니건, 지금은 공원 전체가 단풍길이요,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은 누구나 시인이 ..
-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저지오름 밤새 내린 비로 숲은 한층 더 진한 향기를 내뿜는다. 능선을 따라 이어진 숲길에는 닥나무, 소나무, 보리수나무가 울창하고, 나무를 가득 뒤덮은 넝쿨과 곳곳에 수줍게 피어있는 야생화들이 가을을 노래한다. 시커먼 화산재로 만들어진 오름에 이토록 울창한 원시림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거기에 공들여 만들어놓은 숲길과 나무들에 매달린 이름표등에서 자연과 사람의 아름다운 조화가 느껴진다. 2007년 제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은 제주 한경면의 저지오름을 오르는 길이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는 우리 곁에 있는 숲의 가치와 의미를 되찾고 이 땅에 남아있는 숲을 지키고 사라진 숲을 다시 살리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지난 2000년부터 생명의 숲, 유한킴..
- 서울시 선유도 공원 바람이 제법 서늘하다. 부수다 만 콘크리트 담벼락을 울창하게 덮은 담쟁이 잎도 하나 둘씩 붉게 물들어가고, 옛 구조물의 흔적위에 만들어진 정원에도 구절초와 벌개미취 등 가을꽃이 화사하다. 정수장 건물의 흔적들, 남아있는 기둥과 벽이 이곳에 자라나는 풀과 나무와 함께 풍경을 만들어내는 이곳 선유도 공원에는 지금 가을 향기가 은은하다. 신선이 노닐었다는 선유도, 이름조차 예쁜 선유도공원을 찾아갔다. 한강변의 무성한 수풀 사이로 코스모스가 한가로이 하늘거린다. 북쪽 강변과 남쪽 강변으로는 콘크리트 빌딩숲이 어지럽지만 선유교 건너 보이는 푸른 섬은 꿈을 꾸고 있는 듯하다. 다리를 건너 전망대에 이르니 나무 발판 한 가운데에 미루나무 서너 그루가 불쑥 올라와 있다. 전망대가 2~3층 높이인..
- ‘2007 숲체험 여름학교를 다녀와서 여름 숲은 초록빛 생명력으로 가득하다.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서있는 금강송에도, 바람에 몸을 흔드는 키 큰 풀들에도 한여름의 무성한 기운이 느껴진다. 계곡을 따라 산길을 오를수록 이글거리던 태양도 초록에 가려 빛을 잃고, 초록은 더욱더 깊어만 간다. 계곡 물소리와 매미소리만 들리던 한적한 숲속, 그런데 난데없는 여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싱그럽게 울려 퍼진다. ‘숲체험여름학교’가 열리고 있는 강원도 오대산 자락의 숲속수련장이다. “와! 신기하다. 선생님 나뭇가지에서 생강맛이 나요” 숲속교실에서는 산림과학원 조재형 박사의 ‘숲과 나무’ 수업이 한창이다. 학생들이 채집된 여러 가지 나뭇잎과 나뭇가지 등을 만지고 냄새를 맡고 또 맛을 보고 있다. “숲을 알려면 나무와 친해..
- 서울시 서초구 양재 시민의 숲 비 내리는 숲은 한적하고 고요하다. 아침부터 내린 비로 나무도 풀밭도 곳곳에 놓인 벤치도 비에 젖어있다. 풀잎마다 물방울이 영롱하게 빛나고 군데군데 웅덩이에 고인 물 위에는 푸른 잎으로 가득 찬 하늘이 비춰 보인다. 빌딩과 도로에 둘러싸여 고립된 숲이지만 비오는 날, 숲은 또 다른 얼굴로 싱그러운 속살을 드러내 보인다. 비 내리는 양재 시민의 숲을 찾은 길이다. 양재 시민의 숲은 말 그대로 도심에 시민의 숲을 만들기 위하여 1986년에 조성된 공원숲이다. 서울숲이 문을 열기 전까지 서울에서 가장 큰 공원숲이었으며, 면적 7만8천 평의 대부분이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간 1,636,000명, 일평균 4,100명이 찾는다는 통계상의 수치가 아니더라도 양재 시민의 숲은 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