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눈 내리는 날, 여의도의 아침은 분주하다. 질척해진 눈을 피하기 위해 우산을 쓴 사람들이 서둘러 출근길을 재촉한다. 몇몇은 여의도 공원을 가로질러 걸어가기도 한다. 빠른 걸음으로 공원을 지나는 사람들 곁으로 나무들은 말없이 눈을 맞고 서있고, 철쭉은 진분홍 꽃 대신 눈꽃을 피운다. 하얗게 눈이 쌓이는 벤치의 고즈넉한 모습 뒤로 늠름하게 서있는 고층빌딩에도 눈은 하염없이 흩날린다. 사람들이 한 차례 지나간 후, 공원에는 다시 한적함이 찾아온다. 산책하는 인근 주민들이 가끔씩 오갈 뿐, 눈 내리는 공원은 눈이 쌓인 가지를 요리조리 날아다니는 박새와 연못가에서 사이좋게 노니는 원앙 차지가 된다. 주렁주렁 달린 빨간 마가목 열매에도, 일송정 푸른 솔에도 연못과 냇가 그리고 팔각정 ..
- 강서구 개화동 강서습지 생태공원 겨울 들판은 황량하다. 지난 가을을 아름답게 수놓았을 개망초며 쑥부쟁이들은 앙상하게 마른 꽃대만 남아있고, 빈 들판에도 물이 줄어있는 저습지와 갈대숲에도 겨울의 쓸쓸함만 맴돈다. 하지만 한강변으로 가까이 갈수록 생명의 기운이 꿈틀거린다. 이곳에는 겨울이면 찾아드는 철새들의 힘찬 날갯짓이 있기 때문이다. 겨울의 황량함이 일시에 생동감으로 바뀌는 곳, 도심 한가운데서 수백 마리의 철새를 만날 수 있는 강서습지생태공원이다. 신년의 이른 새벽, 겨울 철새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집을 나선지 불과 30분 만에 비행기 모양의 방화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차에서 내리자 매서운 강바람이 먼저 얼굴을 스친다. 한강 둔치하면 으레 콘크리트 제방과 자전거도로 그리고 매점과 유람선 등이..
-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아침 공기가 알싸하다. 12월의 일요일 아침, 부드럽게 이어지는 능선을 오르는 사람들이 하나, 둘 이어진다. 눈이라도 내릴 듯 낮게 깔린 하늘 아래로 저 멀리 산이 보이고, 능선위에서 간간히 보이는 사람들의 행렬과 나뭇잎을 모두 떨어뜨린 빈 나무들의 자태가 어우러져 아득한 풍경을 연출한다. 마치 어느 산에 오른 듯하지만, 사실은 고층 아파트 숲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몽촌토성을 바라본 풍경이다. 몽촌토성을 품고 있는 올림픽공원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1986년에 완공되었다. 공원의 중심부에 몽촌토성을 복원하였고 이를 중심으로 6개의 경기장이 반원형으로 배치되어있어 서울올림픽의 감동과 한성백제의 숨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도심 속 공원이다.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