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가을의 정취가 무르익는 동물원옆 산책길 본문

자료실/그린웨이

가을의 정취가 무르익는 동물원옆 산책길

빛으로 그린 세상 2017. 6. 24. 14:16

- 서울대공원

 

쏟아지는 가을 햇살이 눈부시다. 청계산 봉우리와 부드럽게 이어지는 산자락은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있다. 이렇게 계절은 어김없이 다가오나 보다. 푸르렀던 녹음은 어느새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고 하나, 둘 나뭇잎을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공원 입구부터 소풍을 나온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림이 가득하다. 아이들은 코끼리열차를 타고 공원 정문으로 가고 울긋불긋 등산복을 입은 노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단풍이 물든 나무 밑으로 낙엽을 밟으며 걸어간다. 도심에서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서울대공원이다.

 

가을 숲의 단풍 길을 걸어간다. 가을을 노래한 시를 길가에 전시해놓고 ‘단풍길’임을 알려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길이건, 아니건, 지금은 공원 전체가 단풍길이요,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은 누구나 시인이 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더라도 한 번쯤은 주위를 둘러보고 가끔은 하늘을 쳐다보는 여유를 가지라는 뜻일까, 가을 단풍은 이렇듯 황홀하게 아름답고 하늘은 맑고 드높다. 늘 시간에 쫓겨 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시간을 음미하고 계절을 마음 깊이 느끼게 된다.

 

서울대공원하면 사람들은 으레 동물원을 연상하지만 서울대공원에 숨겨져 있는 명소가 바로 삼림욕장이다. 공원 정문을 들어가서 왼편 길을 따라가면 산림욕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낙엽이 소복이 쌓인 이 숲길은 서울대공원을 감싸고 있는 청계산(621m)의 천연림 속에 조성된 산림욕장이다. 소나무, 팥배나무, 생강나무, 신갈나무 등 470 여종의 식물과 다람쥐, 산토끼, 족제비, 너구리가 살고 있으며 꿩, 소쩍새, 청딱따구리도 함께 깃들어 살아가고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어우러진 오솔길이 아름다운 삼림욕장은 올해 생명의 숲, 유한킴벌리, 산림청이 함께 주최한 ‘전국아름다운숲’대회에서 숲길부문 상을 수상하였다.

 

산림욕장 오솔길이 아니더라도 서울대공원의 외곽으로 이어진 도로도 훌륭한 산책로가 된다.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등산화를 챙겨 신은 사람들의 행렬이 계속 이어진다. 숲이 우거지고 경사가 완만한 길을 따라 걸으면서 운동을 하려는 노인들이다. 집이 성북구인데 일주일에 세 번씩 운동 삼아 이곳을 찾는다는 한 어르신을 만났다. 젊었을 때에는 북한산이나 관악산을 주로 갔었지만 칠십이 넘은 지금은 이곳만큼 좋은 데가 없다는 어르신들에게 서울대공원은 어쩌다 찾는 동물원이 아니라 아주 친근하고 익숙한 공원이었다.

 

“여기는 봄에 신록이 나올 때하고 지금처럼 단풍이 들었을 때가 제일 좋아!”하며 활짝 웃는 어르신 뒤로 단풍잎이 유난히 붉다. 지하철에서 내릴 때부터 등산복을 입은 노인들이 많이 보였었는데, 그들은 대부분 서울대공원의 외곽도로를 걷는다. 한 시간이나 한 시간 반 정도 면 대공원을 둘러싼 외곽도로를 한 바퀴 도는데, 이 도로는 차량이 통제되기 때문에 눈이 오거나 비가와도 걸을 수 있는 최상의 산책로가 된다. 가끔은 벤치에 앉아 담소를 즐기거나 경치를 바라보는 노인들의 활기찬 모습에서 왠지 곱게 물든 단풍이 연상된다. 무성한 여름을 보내고 이제 겨울을 준비해야 할 나이이지만 누구보다도 삶을 아름답게 꾸려가기 때문이리라.

 

산책로를 따라 갖가지 나무들이 즐비하다. 벚나무, 단풍나무, 자작나무, 소나무……. 잘 알지 못했던 나무들도 눈에 띈다. 팥배나무, 튤립나무, 다릅나무 등 팻말을 보고 나무를 한 번 더 올려다본다. 나무들이 달라지면 산책로를 뒤덮은 낙엽들의 색깔도 같이 변한다. 갈색의 참나무 잎새나 넓적한 플라타너스 잎, 주황색의 신나무잎, 선연히 붉은 단풍나무 잎들이 때로는 어느 나뭇잎이 많아지거나 때로는 다른 나뭇잎이 많아지면서 서로 다른 느낌으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저벅저벅 낙엽을 밟으며 나도 모르게 놀랄 정도로 낙엽 밟는 소리가 크다. 이 소리도 나뭇잎에 따라 또 금새 떨어진 잎인지 한참 전에 떨어진 잎인지에 따라서 소리도 제각각이다. 이렇듯 숲은 서로 다르면서도 완벽하게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동물원에는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 아이들이나 소풍을 온 유치원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동물들의 소리가 가득하다. 사자를 보고 신기해하는 아이, 오랑우탄과 눈싸움을 하는 아이,..    마냥 즐겁고 신나는 아이들 곁으로 여름 내 울창했던 나무들은 울긋불긋 물들어있고 거리마다 낙엽들이 수북이 떨어져 있다. 아이들 어릴 때 놀러왔던 동물원에는 동물들이 많았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나무와 숲이, 청계산이 서울대공원을 이루고 동물원을 품어준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은 그렇게 자신을 굳이 드러내지 않으면서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사람과 동물들을 품어준 것이다.

 

리프트를 타고 나오면서 바라본 청계산 산자락과 대공원의 가을은 진정 아름다웠다. 그리고 관악산과 우면산까지 이어지는 자연의 품은 역시 푸근했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서울대공원의 숲이 그리워질 것 같다. 그리고 언제든지 내 좋아하는 사람과 달려갈 수 있으리라.

 

찾아가는 길
낙엽을 밟으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서울대공원에 가려면 사당사거리에서 남태령 고개를 넘은 다음 바로 만나는 관문사거리에서 직진한다. 그 다음 서울대공원 이정표를 따라 고가도로로 올라가면 된다.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지하철 4호선 서울대공원역 2번출구로 나오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02-500-7882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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