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생의 숲길 본문

자료실/그린웨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생의 숲길

빛으로 그린 세상 2017. 6. 24. 14:10

-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저지오름

 

 밤새 내린 비로 숲은 한층 더 진한 향기를 내뿜는다. 능선을 따라 이어진 숲길에는 닥나무, 소나무, 보리수나무가 울창하고, 나무를 가득 뒤덮은 넝쿨과 곳곳에 수줍게 피어있는 야생화들이 가을을 노래한다.

 

시커먼 화산재로 만들어진 오름에 이토록 울창한 원시림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거기에 공들여 만들어놓은 숲길과 나무들에 매달린 이름표등에서 자연과 사람의 아름다운 조화가 느껴진다. 2007년 제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은 제주 한경면의 저지오름을 오르는 길이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는 우리 곁에 있는 숲의 가치와 의미를 되찾고 이 땅에 남아있는 숲을 지키고 사라진 숲을 다시 살리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지난 2000년부터 생명의 숲, 유한킴벌리, 산림청이 공동으로 매년 펼치고 있는 대회이다. 그동안 이 대회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서 지키고 가꾸는 데 크게 기여를 해왔으며 또한 많은 국민들에게 숲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일깨우는 역할을 해왔다.

 

 올해는 ‘꿈이 있는 숲을 찾아서’라는 슬로건으로 여덟 번째 대회가 열렸으며 지난 4월 16일부터 5월 31일까지 일반부문에서 아름다운 마을숲, 학교숲, 천년숲, 아름다운 숲길로 나누어 공모했고, 특별부문에서 아름다운 숲지기를 공모했다. 그 결과 아름다운 숲길부문의 제주 한경면 저지오름이 대상인 생명상을 차지했다.

 

제주시에서 중산간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한경면 저지리에 저지오름이 있다. 제주에 3백6십8개나 있는 오름은 소규모 기생화산으로, 오랫동안 숨겨져 온 세계적인 보물이기도하다. 제주에 있는 오름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오름의 형태와 생태계, 그리고 전설에 따라 이름도 독특하다. 한경면의 저지오름도 ‘닥모루오름’, 또는 ‘새오름’이라 불리는데 닥나무가 많이 자생하여 닥모루오름, 오름 모양이 새 부리와 비슷하다고 하여 새오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저지오름을 품고 있는 한경면 저지리는 약 4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마을로 오름을 중심으로 5개의 자연마을이 있다.

 

지난여름 모진 태풍에 시달려온 이곳에도 가을이 오고 있었다. 까만 돌담을 두른 밭에는 이른 아침부터 가을걷이를 하고 마늘을 심느라 주민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마을 어느 곳에서도 보이는 오름은 늘 그 자리를 지키면서 주민들 삶의 일부가 된 듯하다.

 

구불구불 이어진 돌담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서자 저지오름으로 오르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정상까지 1350m. 부드러운 화산재가 마치 도심의 포장된 자전거 길처럼 정상까지 이어져 있다. 숲길을 따라 이어진 흙길은 부드러운 카페트가 깔린 듯 발을 디딜 때마다 그 감촉이 부드럽다.

 

계단으로 오르면 본격적인 오름산행이 시작된다. 마을서 바라보면 그저 아담한 동산 같았는데 이곳에 들어오니 밀림에 들어온 듯 사방이 온통 거대한 나무와 그 나무를 감싸고 자라는 기생식물들로 하늘을 보기 힘들다. 울창한 나무들을 헤지고 땅까지 내려온 한줌의 햇살들이 까만 흙길을 수놓는다.    

 

숲길에 나무 이름을 알려주는 이름표도 드문드문 보이고 곳곳에 공원화작업의 흔적이 보인다. 오랜 세월 방치되었던 저지오름에 지난 2005년 마을 청년회를 중심으로 생명의 숲과 지역주민들이 참여하고 지자체의 적극 지원 아래 약 3.8km에 달하는 소박한 숲길이 조성되었다. 현재는 220여종 2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어 지역주민들에게 자연학습생태장이자, 체력단력장을 제공하는 숲길이 되었다. 울창한 원시림에 보이는 사람의 자연친화적인 손길이 친근감을 준다. 울창한 곰솔들 사이로 이름표에 적혀진 나무 이름을 부르며 숲에 한발 더 다가선 느낌이다.

 

산등성이를 돌아 마침내 해발 239m의 정상. 제일 먼저 강아지풀이 파도처럼 출렁이며 반겨준다. 오름을 오르는 동안 울창한 숲에 가려 안보이던 제주의 모든 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서쪽바다에 비양도가 비취색 바다위에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정상의 능선 길에는 ‘분화구’라는 푯말이 적혀져있다. 작은 화산에 이렇게 큰 원형분화구가 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조금씩 보이는 굼부리는 웅장하고 커 보이지만 닥나무, 소나무, 보리수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차 볼 수가 없다.

 

열기를 식힌 분화구위에 생겨난 대자연의 신비 앞에서 잠시 멈추어 선다. 부드럽게 굴곡지며 뻗어가는 키 큰 나무,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녹색 덩굴 그리고 땅위를 뒤덮은 키 작은 식물과 초록물이 든 돌멩이까지 어우러져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서로의 다름과 존재를 인정하며 같은 하늘아래 조화롭게 살아가는 ‘상생’, 숲은 우리에게 그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그리고 저지오름 숲길에는 상생하는 숲을 닮은 이곳 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결국 역사의 아픔도 딛고 모진 비바람도 이겨낼 수 있는 제주의 힘은 바로 여기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찾아가는 길
표지석에서 오름 정상까지 산등성이로 이어지는 숲길이 아름다운 닥모루오름으로 가려면, 제주 공항에서 서쪽 16번 도로를 타고 분재예술원 삼거리에서 조수 방면으로 600미터 쯤 가면 닥모루오름이 나온다. 자세한 사항은 공원녹지과(064.728.3592)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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