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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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원형을 찾아서/Nature & Mind

눈꽃 속에 피어나는 웃음꽃

빛으로 그린 세상 2017. 7. 17. 12:19

-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눈꽃마을

 

“우와! 눈이다!” “야호! 신난다!”
눈이 수북이 쌓인 작은 산골 동네에 아이들 환호가 울려 퍼집니다. 한 번 눈이 오면 온 산과 들이 한순간에 순백이 되는 곳, 일 년의 반이 겨울이고 겨울 내내 눈이 내리는 곳, 그리고 쌓인 눈의 무게만큼이나 적막이 내려앉던 작은 산골 마을에 온종일 동심의 재잘거림이 설원 가득 퍼져갑니다. 

요즘처럼 눈이 천덕꾸러기인 적이 또 있을까요. 흔하게 내리기도 하지만 내렸다하면 뉴스에서는 교통대란이니 사고니 떠들어대고, 사람들은 눈을 치우느라 북새통을 치르지요. 하지만 아무리 눈이 많이 와도 늘 있는 일이라 뉴스조차 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온 마을이 눈에 푹 파묻힌 채 겨울을 나는 강원도 대관령 일대의 마을입니다. 그곳에 눈을 놀이로 특화시킨 체험마을이 있습니다. 대관령 눈꽃마을을 찾아 떠나는 날에도 전국적으로 밤새 눈이 내렸습니다.

온 하늘을 뒤덮으며 눈이 내리는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설레입니다. 희끗희끗한 등줄기를 드러내며 거대하게 누운 산등성이와 눈 덮인 소나무 숲이 펼쳐지고 두터운 눈 이불을 덮고 있는 마을이 눈에 들어옵니다. 눈꽃마을 입구에 서 있는 표지판 위의 앙증맞은 집에도 눈이 수북합니다. 체험마을에 들어서자 설경이 자아내는 고요한 분위기와는 달리 수런거림이 느껴집니다. 넓은 언덕에 옹기종기 지어진 목조 건물들과 다양한 체험 시설들이 있고 그 사이로 부지런히 눈을 치우고 길을 내는 사람들과 눈썰매를 타러 몰려드는 사람들이 북적거립니다. 황병산과 대관령 사이의 800미터 고원지대에 자리 잡은 대관령면 차항2리 눈꽃마을 산촌생태체험장입니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저는 스무 번도 넘게 탔어요!” “저는 백 번 천 번 탔어요!” 겨울철 눈꽃마을의 백미는 단연 눈썰매장입니다. 동물 모양의 털모자를 쓴 예닐곱 살 정도의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눈썰매를 타고 내려가려고 준비합니다. 그런데 눈썰매장이 희한합니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내려가는 코스가 아니라 한 줄로 타는 아찔한 S라인 코스입니다. 둥근 튜브 모양의 썰매를 타고 언덕을 내려가면 휘어진 코스를 따라 오른쪽으로 때로는 왼쪽으로 몸이 기울어지면서 속도가 더해지는 이른바 봅슬레이 코스.

“이곳은 경사가 심해서 지형의 특성을 이용하여 봅슬레이 코스를 만들었어요. 딱딱한 플라스틱 썰매대신 튜브를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하고요, 다른 사람들과 부딪힐 일이 없고 무엇보다도 빠른 속도로 커브를 도는 재미가 있어서 사람들이 좋아하지요.”
썰매 타는 법을 안내하던 정호일(42) 체험팀장의 설명입니다. 한 겨울 제일 흔한 눈을 이용해서 체험마을을 만든 것처럼 지형을 이용해서 기발한 눈썰매코스를 개발할 수 있었던 건 어릴 적부터 언덕마다 비료부대를 깔고 미끄럼을 타던 무수한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아이들은 익숙하게 앞사람의 튜브에 다리를 올려놓고 손잡이를 잡은 채 뒤로 누워 언덕을 내려갑니다. 여러 명이 기차처럼 연결해서 한꺼번에 타면 함께 하는 재미와 동시에 빠른 속도감도 즐길 수 있고 줄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끼야~~”, “야호!” 썰매가 내려갈 때마다 환성이 울려 퍼집니다. 아이들끼리, 가족끼리, 그리고 어른들끼리, 뒤로 누워 타기도 하고 마주 보고 타기도 하고 거꾸로 누워 타는 등 방법은 가지각색입니다.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그야말로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쌩하고 내달리는 그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한 번만 더’를 외치며 자꾸 썰매를 끌고 언덕을 올라가게 됩니다. 

#눈밭은 신나는 겨울 놀이터
“우리는요, 부산에서 왔는데요, 부산은 눈이 안와요.” “눈이 어쩌다 와도 바로 녹아버려요.” “여기는 눈이 많아서 정말 좋아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왔다는 훈태(10)네 가족과 예림이(10)네 가족이 눈썰매를 탑니다. 훈태와 예림이네는 부산에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동네 친구들입니다.
“작년에 왔을 때 눈썰매도 실컷 타고 송어 낚시도 하고 양떼목장에도 갔었어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해서 올해에도 또 왔어요.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어서 스키장보다 더 좋아요.”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는 예림이 엄마 성명희(42)씨는 아이들보다도 더 즐거운 표정입니다.

정팀장이 전통썰매 시범을 보여줍니다. 썰매라고 하지만 나무로 만든 스키모양입니다. 새끼줄로 묶어서 신고, 내려올 때는 창 작대기로 중심을 잡으며 미끄러져 내려옵니다. “옛날에는 겨울에 먹을 게 없으니까 어른들이 설피를 신고 전통썰매와 주루막을 메고 멧돼지를 잡으러 갔지요. 황병산사냥놀이는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지금까지 전수되고 있어요.” 눈에서 신는 신발인 설피와 전통썰매 그리고 주루막까지 선조들의 생활 속 지혜는 늘 경이롭습니다. 이번에는 훈태 아빠가 전통썰매를 신고 꾸부정하게 내려옵니다. 하도 힘을 줘서 창작대기가 부러질 듯 휘어집니다. 그 모습을 보는 가족들이 배를 잡고 웃어젖힙니다. 그 맑은 웃음소리들이 눈밭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습니다.

#눈 덮인 산골마을에 울려 퍼지는 동심
시린 몸을 녹이러 휴게실 난롯가에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얘들아, 아저씨가 어렸을 때는 겨울에 아침에 일어나면 방문이 안 열렸어요. 왜 그랬을까?” 정팀장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문이 잠겼어요!”, “고장났어요!” “아니야, 밤새 눈이 2미터 넘게 쌓여서 문이 안 열리는 거야. 그러면 옆집까지 굴을 파서 놀러갔어.” 정팀장이 들려주는 어릴 적 이야기에 아이들이 눈을 반짝거립니다. “눈썰매대신 그때는 푸대 깔고 미끄럼 타고, 얼음판 위에서 ‘안즐뱅이’라고 하는 얼음썰매를 탔어. 얼음 깨서 송어도 잡고. 그러다가 추워서 불 피워 쬐다가 나일론 양말이 녹아서 죄다 구멍 나고 그랬지.” 환하게 웃는 얼굴에는 그 시절 개구쟁이 모습 그대로입니다. 
 

“알촌이었지요, 하늘아래 촌동네…….“
마을과 체험장을 분주히 오가는 차항2리 전두하 이장(53)이 그때를 회상합니다. 일 년의 반이 겨울이고 겨울 내내 눈이 내리는 곳, 그리고 쌓인 눈의 무게만큼이나 적막하고 외로웠던 작은 산골에 이제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아이들이 재잘거립니다. 눈을 놀이로 특화하고 다양한 놀이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강환문(46) 대표를 비롯한 체험마을 일꾼들이 어릴 적 마을 눈밭을 뛰어다니며 놀던 추억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눈꽃마을 체험장을 운영한지는 3년째, 들이는 노력에 비해 아직 수익구조는 나오지 않지만 요즘 아이들도 산골마을에서 놀이를 즐기며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것이 그들의 바램입니다.

썰매를 타던 아이들이 어느덧 눈밭을 뒹굴며 천사를 만듭니다. 드넓은 설원은 그대로 빈 공간입니다. 엄마 아빠와 함께 뛰어다니며 발자국으로 그림을 그리고, 눈사람을 만들고, 눈을 뭉쳐 눈싸움도 하는 등 놀이거리도 무궁무진합니다. 파란 하늘아래 햇살을 되쏘는 눈부신 설원에서 행복한 얼굴들이 더욱 눈부십니다. 부모의 즐거움과 아이들의 생동감이 한데 버무려져 가족은 오래도록 간직할 하얀 추억을 만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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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눈꽃마을

스릴 넘치는 봅슬레이 눈썰매 외에도 전통 활쏘기인 국궁 체험과 나무로 만든 스키인 전통썰매 체험, 칼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스노우카트, 코뚜레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이 마련되어 있으며 여름에는 숲해설 프로그램과 조랑말 소풍 체험을 할 수 있다.
 문의 : 대관령 눈곷마을 산촌생태체험장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차항2리 316번지
홈페이지 www.snowtown.co.kr
전화: 033-333-3301

주변 볼거리
대관령양떼목장 : 한국의 알프스라 불릴 만큼 방목된 양들이 목가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033-335-1966
대관령삼양목장 :  600만평에 이르는 초지목장으로 정상에서 목장 전경과 동해를 바라볼 수 있다. 033-335-5044

이장 추천 맛집
눈꽃마을 전두하 이장이 추천한 맛집은 마을 입구에 있는 미가촌(010-5378-6134)식당이다. 마을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황태구이정식과 황태찜 등을 맛볼 수 있다. 푸짐한 양과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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