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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뱅골냥이가 식솔로 들어왔다...태어난지 3개월 된 녀석이 얼마나 날래게 싸돌아 다니는지 이름을 싸돌아댕 '달리'로 지어줬다...잘키위 이종격투기에 출전시켜야겠다ㅋ
뜨거운 햇볕아래 연꽃들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수련, 가시연, 어랑부리연……. 모든 연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냅니다. 세상일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고귀한 꽃들인 줄 알았는데, 뙤약볕을 견디며 혼탁한 진흙탕 속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살고 있습니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 두둥실 피어오르고 연꽃봉우리에 앉은 잠자리 한 마리, 그 어느 해보다도 뜨거웠던 여름을 배웅하고 있습니다. 시흥 관곡지에서
피부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거운 햇살이 바닷가 염전을 달굽니다. 열기가 이글거리는 염전에는 윗옷을 벗어 던진 채 외발 손수레로 소금을 실어나르는 염부의 모습이 그대로 비춰집니다. 파란 하늘과 하얀소금, 그리고 구릿빛 피부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남들은 더워 죽겄다구 난리지만, 우리는 더위가 여간 고마운 게 아니지유” 그의 몸에 여름내내 쌓인 햇볕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소금과 땀으로 늘 절여져 있지요. 하지만 후끈거리는 열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더위에 감사하는 마음이 은근히 전해집니다.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는 삶, 소금밭에서 얻은 소금같은 지혜였습니다
어린 막내가 길바닥에다 실례를 했네요. 냄새가 심하지 누나랑 형은 코를 막고 눈살을 찌푸리며 야단을 떱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보면서 문득 가는 곳마다 잠겨 있는 도심의 화장실이 떠올랐습니다. 볼일이 급해 하늘이 노래져본 사람은 그때의 심정이 어떤지 잘 알 것입니다. 누가 똥을 훔쳐간다고 그렇게도 야박한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닮은 새로운 생명을 꿈꾸며 물길을 따라 콘크리트 장애물을 힘차게 뛰어 오르는 잉어. 차가운 바닥에 곤두박질칠지언정 수만 년 계속 되어온 저 지독한 본능이여.
한 아이가 태어나 세상과 만나는 날, 이날은 한 생명이 온 우주와 만나는 날입니다. 엄마의 손을 처음 잡아 본 아이의 손. 너무 꽉 쥐어 핏기마저 없습니다. 그렇게 세상이 불안했을까요. 세상에 갓 태어난 아이게게 오로지 믿을 건 엄마밖에 없었겠지요. 엄마의 검지 손가락과 아이의 손바닥 사이에는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이 핏줄처럼 서로 흐르고 있을 겁니다. 우리도 이렇게 엄마손을 꽉 쥐어 본 적이 있었겠지요. 어제도 그제도 그냥 의미없이 살아가는 나날속에 우리는 지금 무얼 잡고 살고 있는지요...
무인도 취재를 위해 덕적도 진리에서 서포리 선착장으로 가는 길. 시멘트 도로 위에 꿈틀 거리는 물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꽃뱀으로 불리는 유혈목이였습니다. 상처 입은 유혈목이가 피를 흘린채 필사적으로 자신의 알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아마 도로위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자 본능적으로 알을 쏟아내고 그것을 지키고 있었던것 같았습니다. 끝까지 알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유혈목이를 간신히 숲으로 돌려보냈지만 알들은 무섭게 달려오던 트럭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렷습니다. 자신은 죽어가면서도 새끼에게 세상을 열어주려는 엄마 뱀의 처절한 모정이 섬을 떠나서도 한동안 가슴아프게 다가옵니다.
낡은 고무신 한 켤레가 왜 이렇게 마음을 끄는지 모르겠습니다. 뒤축이 낡아서 정성스레 꿰맨 자국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낡은 것도 소중히 여기는 농부의 마음이 그대로 보이는 듯합니다. 꿰맨 고무신은 그래서 궁색해보이지 않습니다. 낡고 오래됐지만 아직도 주인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자부심은 새 것이 받는 사랑과는 비교할 수가 없으니까요. 새 것만 좋아하는 우리 세대를 돌아봅니다. 정말 아름다운 것은 새 것이 아니라 손때 묻고 정든 물건이라는 것을... 하루가 다르게 기름값이 오르는 요즈음, 그래서 농부의 낡은 고무신이 더 마음에 다가왔나 봅니다.
낡은 화장실 안을 누가 자꾸 쳐다보는 것 같다. 작은 창문 방충망 너머로 기웃거리는 담쟁이 넝쿨. 무엇이 그리 궁금할까? 고 녀석들, 볼 테면 실컷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