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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무서리가 내린 아침, 화려했던 잎사귀들을 떨어뜨리고 꿋꿋하게 서 있는 나무사이로 찬란한 아침 햇살이 찾아듭니다. 추운 겨울을 나기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비운 나무들을 보면서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하고 움켜쥔 채 또 한 해를 보내는 제 모습을 돌아봅니다. 그들을 닮고 싶어 한동안 나무 곁에 서 있어봅니다
유난히 꽃에 관심을 보이는 달리 귀를 쫑끗 코를 킁킁 이순간 무엇이 더 필요하겠어 '오지 향기로울뿐~'
나른한 오후, 참새 한 마리가 수돗가를 기웃거립니다. 애타게 수도꼭지를 노려보던 녀석, 똑... 마침내 물 한 방울이 떨어지자 날렵하게 날아올라 물을 마십니다. 도심에 사는 참새들은 참 똑똑합니다. 수도꼭지에서 물 나오는 것도 알고... ‘언젠가는 공중화장실을 노크하는 에티켓 만점의 참새도 나오겠네.‘ 이런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며 공원 벤치에 앉아 혼자 웃습니다.
어느덧 계절이 바뀌자, 겨울 철새들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머물던 자리에는 따뜻한 남풍을 타고 날아온 여름 철새들이 보금자리를 틀겠지요. 때가 되면 자리를 비워주고 미련 없이 떠나는 철새들을 보면서 새삼 우리네 모습을 되돌아봅니다. 모든 삶이 그러하듯 삶은 떠남의 연속입니다. 떠남이 아름다움 삶……. 먼 여행을 준비하는 기러기들 곁에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가”라고 우포늪에서 겨울철새들을 배웅하며...
푸른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산비탈 다랭이밭, 오랜만에 밭 갈러 나온 소는 농부의 호령에도 아랑곳없이 딴청입니다. “허어 이놈이~” 화가 날만도 하건만, 늙은 농부는 고삐를 늦추고 한동안 기다려줍니다.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남녘 끝자락, 봄은 농부의 넉넉한 마음에서 먼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남해 가천마을에서
우리집 고양이 ‘달리’입니다. 상자만 보면 그 속에 들어가 봐야 직성이 풀리는 호기심 많은 녀석입니다. 스테이블로 상자날개를 고정 시켜주니 상당히 맘에 드나봅니다. 자기 집 놔두고 하루종일 상자안에서 숨바꼭질을 합니다. 이 녀석과 놀다보니 아이들 어릴 때가 생각납니다. 봄날가 듯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대신해 이제는 냥이가 아빠와 놀아줍니다. 이렇게 냥이와 정들며 한 식구가 되어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