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지난겨울 비둘기 한 마리가 제 마음속으로 날아 들어왔습니다. 날개 끝에 두 줄의 갈색 무늬가 있는 비둘기입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 나무 그네에 앉아 물끄러미 호수를 바라보고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종종거리며 먹이를 쪼고 있는 모습을 자세히 보니 한쪽 발가락이 모두 잘리고 발목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균형이 맞지 않는 다리로 뒤뚱거리며 이리저리 힘겹게 걷는 모습에 콧등이 시큰거렸습니다. “얼마나 사는 게 힘들었을까?” 그때부터 습관처럼 그곳에 가면 그 비둘기를 찾게 됐습니다. 가끔 마주치는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한테 뒤처지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마음이 컸는데 그 당당한 모습에 저도 위로를 받았습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
오늘 아침 아내가 보내준 한 장의 사진에 하루 종일 가슴이 먹먹합니다. 아내는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항암치료와 연명치료를 거부한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깊은 잠에서 깨어날 때 마다 아내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코로나로 외국에서 발만동동 구르고 있는 자식들에게 화상통화를 연결해주기도 합니다. 퇴원하면 아껴둔 술을 하자고 호기롭게 말씀 하셨는데……. 늘 묵묵하셨지만 따뜻하셨던 분입니다. 아내의 손을 통해 장인어른의 온기가 전해집니다. 아버님 사랑합니다.
"장을 떠야할텐데..." 입버릇 처럼 중얼거리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고향집에 갔습니다. 정월에 담근 메주를 떠서 된장과 간장을 만드는 일입니다. 작년까지 혼자서도 잘 하셨는데 올해는 기력이 안돼 걱정만 하셨습니다. 주름가득한 손으로 메주를 푸시는 모습에 마음이 짠합니다. 힘들게 만들지 말고 사먹자고 해도 묵묵히 당신 고집대로 하셨습니다. 늘 어머니표 된장과 간장을 퍼다 먹으면서도 그 고단한 과정을 생각치 못한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어머니의 노고에 감사하며 5층 구들탑을 쌓았습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 #장뜨기 #구들탑 #5층구들석탑 #세계최초 #어머니 #정성 #된장 #간장 #구들
구들석탑을 쌓았습니다. 작은사랑방 해체할때 나온 구들장과 조각돌들입니다. 기둥위에 구들장을 올리고 탑을 쌓듯이 올려 세계최초(?)의 ' 삼층구들돌탑'이 완성되었습니다. 재미삼아 했는데 검게 그을린 돌하나하나에서 고단한 허리를 지지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시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
"기자양반이 노가다 다됐네" 동네 아주머니가 뿌레카로 콘크리트를 깨는 모습을 보더니 한말씀 하십니다. 저도 뿌레카 작업은 생전 처음이라 어설프기만 합니다 사랑채 앞마당에 화단을 만들고 제주도식으로 문을 달려고 1시간째 콘크리트와 씨름중입니다 '노가다'란 말이 싫지는 않습니다 하루종일 몸을쓰며 땀뻘뻘 흘리고 일을 하다보면 정신이 맑아집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오가데없고 오로지 나에 집중할수 있습니다 대문이 완성되고 정원에는 향이 좋은 산수국, 땡강나무, 섬분꽃, 가침박달나무를 심었습니다 저녁먹고 흙집 구들장에 누으니 고단한 몸이 좋다고 아우성입니다 개구리 합창을 들으며 오늘밤은 잠이 잘올것같습니다 ^^ 땡강나무 가침박달나무 섬분꽃나무 산수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