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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이오∼ 추억의 뻥튀기… 5일장에 ‘뻥’ 터지는 웃음꽃

빛으로 그린 세상 2020. 6. 8. 08:45

“뻥이오~.”

시장 한 모퉁이에서 들려오는 걸쭉한 소리에 왁자지껄하던 장터가 숨을 죽인다. 손으로 귀를 틀어막으면

‘펑’ 하는 대포 소리와 함께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오색 파라솔이 출렁인다. 취나물, 고사리 등을 가지고 나온 아낙들과

이것저것 구경하는 사람들로 모처럼 장터에 생기가 돈다. 경기 양평 5일장 풍경이다.

“이영애가 여기 단골이여.”

구수한 향기와 함께 뻥튀기 장수의 자랑이 이어진다.

“문주란도 자주 오는데 우리 ‘강냉이’를 아주 좋아해.”

그냥 웃자고 하는 ‘뻥’인 줄 알았는데 주변 사람들이 거든다. 왕년의 스타들이 양수리 근처에 많이 살고 있어

이곳 오일장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오랜만에 사람 사는 것 같네.”

코로나19 여파로 열고 닫기를 반복하던 장터에 사람들이 모여들자 신바람이 난 듯하다. 20년을 장터에서

옥수수를 튀기고 있다는 이병철(67) 씨는 젊은 시절 가난이 싫어 무작정 춘천으로 올라왔다.

그때 처음 본 기차에서 받은 충격과 설렘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기관사는 못 됐어도 달리는 쇳덩어리의 매력에

 


끌려 무쇠를 달구며 사람들에게 추억을 선물한다고 호탕하게 웃는다.

장이 끝나갈 무렵, 서울에서 왔다는 부부가 미리 주문한 뻥튀기 열네 봉지를 건네받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그동안 소원해진 이웃과 옛 추억도 나눌 겸 나눠 먹을 것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제 역할을 하는 뻥튀기 기계도 신이 나서 돌고, ‘뻥이오~’ 소리도 더욱 우렁차게 장터에 울려 퍼진다.

왁자지껄 되찾은 일상의 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구수하고 정겹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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