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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은퇴 후 꿈꾸는 삶은 좀 더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고향집을 찾아 일을 벌일 때 이 느낌에 한발 다가서는 것 같습니다. 주말에 고향집으로 달려가 아담한 서재를 위해 작은 사랑방 공사를 계속 했습니다. 이틀 동안 황토몰탈과 핸디코트로 미장을 하고 전통 문과 통창 작업을 했습니다. 바쁜 시간을 내서 순창에서 농촌필사기 교육을 함께 받은 형님 한분이 도와주러 오셨고 친구이자 대부인 대학동창도 함께 땀을 흘렸습니다. 이틀간의 작업을 마친 후의 제 얼굴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고된 노동으로 몸은 지쳤지만 눈이 맑아졌고 그 어느 때보다도 충만한 표정입니다. 상량문을 대신해 미장을 마친 황토벽에 난을 처 오늘의 이 기쁨을 기념했습니다. ^^
주말 내내 작은 사랑방 서까래 샌딩 작업을 마쳤습니다. 시원한 날씨덕에 방진복을 입고 작업을 해도 별로 지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베토벤 형님이 응원의 합창을 보냈습니다. 왜 고생을 사서 하는 지 혼자 되묻습니다. 글쎄요... 작업을 하는 동안 이곳까지 쫒아온 잡념들이 하나 둘 사라집니다. 서까래의 묵은 때가 벗겨질 때 마음의 때도 벗겨집니다. 이제는 삶을 옥죄이던 헛것들을 덜어내고 조금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기를 때 좀처럼 보기 힘든 ‘호야’ 꽃이 시골집 마당에서 아름답게 피웠습니다. 삼신할미가 60년 만에 깨어나 미소 지을 것 같습니다. ^^
가을을 오랫동안 붙잡고 싶어 단풍잎들을 책속에 끼워두었습니다. 책갈피에서 잘 마른 단풍잎들이 시골집 사랑방 낡은 격자문 위에서 오후 햇살을 받으며 다시 피어납니다. 어릴 적 손자들이 들락거리는 문은 오래 가지 못해 할머니는 창호지를 덧대 마른 풀꽃이나 단풍잎 등을 넣으셨습니다. 궁핍함 속에서도 삶의 여유를 잊지 않으셨던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유년의 추억과 함께 피어오릅니다.
책갈피에 끼워두었던 단풍잎들이 사랑방 창호문 위에서 오후 햇살에 다시 피어납니다. 두손을 모으고 조용히 기도 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평화가 찾아듭니다.
“그냥 헐고 새로 짓지” 100년 가까이 된 고향집 사랑채를 그것도 10년 이상 방치된 사랑방을 직접 복원한다고 했을 때 마을 분들이 보인 한결같은 반응이다. “요즘 귀뚜라미(보일러) 좋은데 뭐 하러 고생해~” 구들장을 걷어내고 하루 종일 벽돌과 씨름하는 모습이 딱해 보였는지 지나가던 이웃집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귀가에 생생하다. “그냥 좋아서요.”라며 웃음으로 화답했지만 구들을 드러내고 무너진 고래둑을 쌓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렇게 이른 봄부터 시작된 고향집 사랑채 복원작업이 찬바람이 불어서야 어느 정도 마무리 될 수 있었다. 주말을 이용해 작업하다 보니 일은 더디었고 모든 공정 하나하나가 간단치 않았다. 8개월간의 여정이었다. 코로나19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