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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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로 이어진 마음… 나무도 사람도 따뜻해져요

빛으로 그린 세상 2020. 11. 20. 12:32

아름드리나무들이 형형색색의 뜨개옷을 입고 있다. 모양도 무늬도 각양각색이다.

초록 바탕 뜨개물 위에 별들이 반짝이고 아기 곰과 산타가 동심의 나래를 펼친다.

연꽃 모양을 수십 장 이어붙인 뜨개옷도 있다.

찬바람이 불고 거리에는 낙엽이 뒹구는 쓸쓸한 계절이지만 가로수들이 알록달록 옷을 입고 있는 인천 새말초 앞 도로는 나무들의 축제가 벌어진 듯하다.

“손뜨개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어요.”

교문을 빠져나온 아이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정경훈(45) 씨가 나무의 뜨개옷을 매만지고 있다.

낡고 오래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을 찾아 고민하던 정 씨는 평소 취미로 하던 뜨개질로 나무에 옷을 입히는 ‘트리니팅(trees knitting)’을 기획했다.

둘째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를 모아 뜨개질을 가르치며 작년부터 나무에 옷을 입히고 있다.

“뜨개질로 서로의 마음을 이어가요.”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함께 작업할 수 없어 각자 집에서 뜨개질을 했다.

정성을 다한 조각들이 맞닿아 한 벌의 옷이 완성되면 함께 나무에 입혀줬다.

이어 붙인 손뜨개처럼 서로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함께 연결될 수 있었다.

지나가던 동네 어르신들이 나무가 입은 옷들이 예쁘다고 자기 옷도 떠달라고 했다며 정 씨가 활짝 웃는다.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입고 있는 연꽃 모양의 옷을 만져보니 한 코 한 코 정성껏 뜨개질한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진다.


누군가 뜨개옷 틈에 장미 한 송이를 꽂아 놓았다.

작은 정성들이 연결돼 나무가 따뜻해지고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훈훈해졌나 보다.

찬바람이 불어 낙엽이 뒹구는 거리에 한 송이 꽃을 품은 늙은 느티나무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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