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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을 넣으면 10이 되는 농사 재밌어요”… 콩밭 매는 청년농부

빛으로 그린 세상 2020. 11. 6. 07:49

어깨를 맞댄 구릉들이 어머니 품처럼 부드럽다. 장마와 태풍 속에서 알곡을 품어낸 밭들이다. ‘콩밭 매는 아낙네야∼’라는 콧노래가 절로 날 것 같은 드넓은 밭에 아낙 대신 건장한 청년이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다. 콩과 보리로 ‘농촌의 희망’을 꿈꾸는 전북 고창의 청년 농부 한선웅(37) 씨다.

한 손에 낫을 들고 잘 여문 콩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는 그의 얼굴에 생기가 흘러넘친다. 젊다는 것 하나만 믿고 농사일에 뛰어들었다는 한 씨는 대학에서 조경을 전공한 후 개성공단 운영관리를 맡았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다른 일을 찾아야 했다. 오랜 고심 끝에 전주에서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고창으로 3년 전 귀농했다.

“마을 사람들 보면 무조건 뛰어가 인사를 했어요.”

덕분에 이장님을 비롯한 마을 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고 안 쓰는 자투리땅도 내주었다. 어릴 적부터 콩 요리를 좋아했다는 한 씨는 수입증가로 국내 콩 농사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젊음의 패기로 콩 농사에 도전했다.

첫해에는 보리 베고 콩 모종을 하니 새들이 온통 콩밭으로 몰려들어 새싹을 지키기가 힘들었다. 김매기를 게을리하면 풀밭이 되기 일쑤였다. 첫해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파종 시기를 앞당기고 드론으로 방제하는 등 콩의 습성을 연구해 이제는 노력한 만큼 수확을 기대하고 있다.

“재미잖아요. 1을 넣으면 10이 돼 나와요.”

농사짓는 것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다. 도전하면 반드시 얻을 수 있고 실패해도 어머니 품속 같은 이곳은 다시 길을 열어준다며 활짝 웃는 모습이 개구쟁이 같다. 젊은 농부에게서 희망의 에너지가 전달됐는지 코로나로 지친 마음이 설렌다. 밭두렁 쑥부쟁이들도 가을바람에 끄덕이며 화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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