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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 좋아”… 행복을 알려준 100년의 미소

빛으로 그린 세상 2020. 5. 13. 10:47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 속 얼굴과 마주한다. 복잡한 일상과 삶 속에서 주름은 늘고 표정은 나날이 굳어간다.

100세 시대라는데 이대로 늙어 간다면 어떤 모습일까? 은근히 걱정되던 중 오래전 TV에서 해맑게 웃던 할머니 한 분이 생각났다. 수소문 끝에 올해 100살을 맞으신 김순택 할머니를 만나러 인천 옹진군 신도를 찾았다.

마을 이장님 안내로 과수원 한가운데 있는 집에 들어서자 햇살 아래 바느질을 하던 할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신다. 백발의 온화한 미소가 온 집 안을 환하게 밝히는 것 같다. 천천히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긴 할머니는 이장님의 만류에도 포트에 물을 끓이고 커피를 타서 저어 주신다. 주름진 손을 보니 백 번의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 겨울을 보내며 모진 세월을 지냈을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할머니는 1920년 개성에서 태어났다. 1·4후퇴 때 피란 내려와 홀로 4남매를 키우며 억척스럽게 사셨다.

그때는 사는 게 바빠 웃을 여유도 없었지만 지금은 무슨 일을 해도 웃을 일 천지란다.

“할머니 귀걸이 예쁘시네요.”

“이거 손주 며느리가 해 준거야. 너무 감사해.”

작년에 선물받았다며 해맑게 웃는 할머니의 얼굴을 보니 ‘미소천사’가 따로 없다. 반가워서 웃고, 커피 타며 웃고, 바느질하며 웃고, 손주 자랑에 웃고…. 세상은 온통 감사한 일뿐이라며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그냥 다 좋아.”

누가 뭐라 하면 그냥 ‘그렇구나!’ ‘하하하’ 하고 웃어넘긴다며 또 웃으신다. 소소한 일상에 해맑게 웃는 할머니를 카메라에 담으며 내 얼굴에도 절로 미소가 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 행복하다는 의미를 알 것 같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할머니의 미소가 옮아왔나 보다. 돌아오는 배 안에서 내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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