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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은퇴 후 꿈꾸는 삶은 좀 더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고향집을 찾아 일을 벌일 때 이 느낌에 한발 다가서는 것 같습니다. 주말에 고향집으로 달려가 아담한 서재를 위해 작은 사랑방 공사를 계속 했습니다. 이틀 동안 황토몰탈과 핸디코트로 미장을 하고 전통 문과 통창 작업을 했습니다. 바쁜 시간을 내서 순창에서 농촌필사기 교육을 함께 받은 형님 한분이 도와주러 오셨고 친구이자 대부인 대학동창도 함께 땀을 흘렸습니다. 이틀간의 작업을 마친 후의 제 얼굴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고된 노동으로 몸은 지쳤지만 눈이 맑아졌고 그 어느 때보다도 충만한 표정입니다. 상량문을 대신해 미장을 마친 황토벽에 난을 처 오늘의 이 기쁨을 기념했습니다. ^^
주말 내내 작은 사랑방 서까래 샌딩 작업을 마쳤습니다. 시원한 날씨덕에 방진복을 입고 작업을 해도 별로 지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베토벤 형님이 응원의 합창을 보냈습니다. 왜 고생을 사서 하는 지 혼자 되묻습니다. 글쎄요... 작업을 하는 동안 이곳까지 쫒아온 잡념들이 하나 둘 사라집니다. 서까래의 묵은 때가 벗겨질 때 마음의 때도 벗겨집니다. 이제는 삶을 옥죄이던 헛것들을 덜어내고 조금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기를 때 좀처럼 보기 힘든 ‘호야’ 꽃이 시골집 마당에서 아름답게 피웠습니다. 삼신할미가 60년 만에 깨어나 미소 지을 것 같습니다. ^^
사랑채 복원 셋째날 몸이 고되니 잠투정 할 겨를이 없습니다. 어제는 옆집 닭이 새벽3시에 울어대는 통에 잠을 설쳤는데 새벽에 닭이 울건 말건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습니다. 오늘 미션은 고래둑 위에 구들 올리기. 구들장을 해체 할때는 몰랐는데 이맛돌의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이마돌은 불을 직접 맞기에 그 크기와 규모가 남다릅니다. 옆집 형님과 아래동네 사촌까지 동원해 간신히 이맛돌을 올렸습니다. 얼기설기 구들장들을 고래둑 위에 올리고 오늘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저녁을 먹는데 오른쪽 손목이 숟가락을 들기 힘들 정도로 아파옵니다. 반복되는 고래둑 쌓기와 구들을 옮기며 손목에 무리가 갔나봅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한 결과입니다. 머릿속 독이 빠져나간 자리에 새로운 독이 들어앉은 것 같습니다. 황토방에..
‘탕탕탕’ ‘지잉∼칙’ 용접 불꽃이 사방으로 춤을 춘다. 코끼리만 한 프레스 기계가 굵은 쇠판을 무 자르듯 자른다. 녹슨 쇳가루들이 바람에 날리고 골목마다 쇠 타는 냄새가 진동한다. 옆 골목에선 젊은 예술가들이 쇠붙이를 이어붙이며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철공소와 예술 공간이 공존하는 문래동의 모습이다. 지게차들이 분주히 물건을 싣고 내리는 가운데 판매를 위해 쌓은 쇠파이프가 눈길을 끈다. 큰 파이프 안에 작은 네모, 세모 파이프들이 빼곡히 들어 있는 모습이 기하학적 무늬를 만들고 있다. 가만히 보니 줄자, 래커, 계산기, 볼펜 등 온갖 작업도구가 구멍 안에 촘촘히 들어앉았다. 그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질서와 패턴이 마치 작은 우주를 보는 것 같다. “미적 감각이 탁월하시네요.” 파이프를 정리하고 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