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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동녘하늘이 붉게 물든다 깊은 어둠속에 잠겨 있던 세상이 서서히 깨어난다. 남산타워를 시작으로 도심의 마천루가 본래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모습으로 돌아오며 생기를 얻는다. 동이 트는 장엄한 모습을 보며 빛은 언제나 우리를 비춰주고 지켜보고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은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빛은 늘 우리와 함께 했음을... 오늘도 세상은 햇살을 받으며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김선규 선임기자 지난 35년의 사진기자 생활은 빛을 찾는 여정이었다. 펄떡이는 날것의 현장을 빛으로 낚아 올릴 때 그 짜릿한 손맛은 그 어느 것 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빛으로 기록한 사진들이 지면을 통해 수많은 독자들에게 전달되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때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다. 돌이켜볼 때 사진기자로써 지난..
아이들이 계단 위까지 뜀박질을 합니다. 먼저 올라간 아이는 신이나 만세를 부르고 뒤따라온 아이는 부지런히 계단을 오릅니다. 그러건 말든 다른 아이는 줄넘기로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어른들은 돌계단에 앉아 쉬고 있는데 아이들은 이제야 제 세상을 만난 듯 신이 났습니다. 푹푹 찌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코로나의 기세는 겪일 줄 모릅니다. 숨막히는 일상이 계속되지만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다니는 뭉게구름과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이 지친 마음을 위로해 전해줍니다. ------------------- 배경과 대비되는 실루엣(그림자를 뜻하는 프랑스 용어)사진은 잘 사용하면 시선을 끄는 힘이 있습니다. 빛의 반대편은 다 까맣게 표현되기 때문에 사람의 경우 배경 속에서 더 도드라져 작게 보이는 피사체라도 눈을..
- 서울 중구 남산 성큼 봄이 다가왔건만, 도시는 아직 회색 겨울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콘크리트 숲은 스산하기조차 하다. 거리에 나온 사람들의 화사한 옷차림에서 봄을 느낄 뿐, 줄지어선 빌딩도 늘어선 자동차도 계절을 잊은 듯 무표정한 모습이다. 장충동 국립극장 쪽으로 접어들자, 순식간에 숲이 펼쳐진다. 답답하고 혼탁했던 공기도 한결 상쾌해지는 기분이다. 남산으로 오르는 한적한 길가에는 뜩 물이 오른 개나리 가지마다 꽃봉오리들이 부풀어 오르고, 참나무 숲 아래 쌓인 낙엽 사이로 풀들이 푸릇푸릇하다.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을 하는 노부부나 운동을 하는 젊은이들에게서도 봄기운이 느껴진다. 자연은 그런 것일까. 삭막한 도시에서 잔뜩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한결 누그러진다. 남쪽 산자락은 온통 소나무 숲이다. 그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