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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신도시를 품다

빛으로 그린 세상 2017. 6. 22. 16:29

-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한낮의 햇살이 따사롭다. 길가에 얼어있던 흙도 부드럽게 녹아내리고 벚나무 가지에는 털옷을 입은 새눈이 얼굴을 내민다. 얼어붙어 있었던 호수도 녹기 시작한다. 가운데 부분부터 얼음이 녹으면서 잔잔한 물위로 나무와 숲과 하늘이 비쳐 보인다. 나무와 하늘뿐만 아니라 주변의 빌딩 숲마저 그 너른 품으로 품어주던 호수공원에도 그렇게 봄이 다가오고 있었다.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 때문인지, 가벼운 운동복 차림을 한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호수를 끼고 보행자 도로를 산책하는 노부부, 조깅을 하는 젊은이,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등, 모두에게서 활기찬 기운이 느껴진다. 호숫가 갈대밭에서 제법 포즈를 취하는 아이들을 아빠가 사진에 담는다. 또 노랗고 빨간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가는 아이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가 엿보인다.

 

일산 신도시 개발과 함께 1996년에 완공된 일산 호수공원은 콘크리트로 뒤덮인 신도시의 주민들에게 자연이 주는 편안한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30만여 평의 넓은 공원에 9만여 평의 인공호수와 수변광장, 자연학습원, 전통정원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호수공원은 고양시민뿐만이 아니라 인근 수도권 주민들에게 각광받는 웰빙 장소이다. 일산 신도시 곳곳에 잘 만들어진 공원과 산책로에도 제법 나무들이 굵직하다. 가까이에서 계절을 느끼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근린공원과 산책로는 주민들이 호수공원으로 걸어 갈 수 있는 연결통로이기도 하다.

 

호수공원에서 가족과 함께 산책을 하거나, 혼자 운동을 하면서 자연을 만끽하는 일은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신도시가 개발될 때 새로 옮겨 심어진 나무들이 그 곳에 깊이 뿌리박고 무럭무럭 자라나듯이, 호수공원도 십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람들의 삶에 깊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도심 생활의 피로를 풀거나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공간, 계절을 느끼고 자연과 공감하는 공간으로서 호수공원은 이곳 사람들에게 평범한 일상이 된지 오래이다.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푹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만하니/ 눈감을 밖에……. “
산책로를 따라 가다보니 조각공원에 정지용 시인의 ‘호수’라는 시가 친근한 필체로 새겨져있다. 울창한 숲도 보기 좋지만 아파트가 빽빽한 도심 한가운데에 탁 트인 전망과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특히나 호수는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표정도 다양하다. 맑은 날에는 평온함을, 흐린 날에는 고요함을 느끼게 하며,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호수 표면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게도 한다. 더구나 바라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다른 얼굴이기도 하나보다. 시인은 보고 싶은 마음을 저 넓은 호수에 담았으니.

 

가족이 함께 4인용 자전거를 타거나 연인들이 2인용 자전거 페달을 밟는 모습은 호수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찬바람을 피하기 위해 비닐까지 덮어쓴 4인용 자전거는 영락없이 마차이다. 가족은 추억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덩치가 아빠만한 두 딸과 아빠와의 추억 만들기가 그래서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나이 어린 두 아들과 부부가 함께 손을 잡고 산책하는 뒷모습도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늘 옆에 있을 때에는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잃고 나서야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는 점, 그리고 곁에 있는 그 자체로도 위안이 되고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과 자연은 참 닮은꼴이다.

 

겨울이면 더욱 자태가 돋보이는 자작나무숲을 지나 고즈넉한 산책길을 걸어가는 데 난데없는 “톡톡톡” 소리에 주위를 둘러본다. 청딱따구리이다. 나무에 부지런히 구멍을 쪼아 연신 벌레를 잡아먹는다. 깊은 산속에서도 잘 보이지 않던 청딱따구리가 여간 반갑지 않았다. 부드러운 우레탄 산책로가 깔리고 조경 관리가 세련된 인공적인 공원에 어찌 보면 어울리지 않은 듯한 풍경이다. 원래 있던 자연을 개발이란 명목으로 파헤치고 콘크리트로 덮었지만 그 위에 인위적으로 만든 자연 공간에 새들은 날아와 둥지를 틀고 사람들이 찾아와 휴식을 취한다. 자연은 그렇게 사람과 동물과 도시를 다시 안아주고 있었다.

어둑어둑 해가 지면서 빌딩의 불빛들이 호수에 어른거린다. 호수는 도시의 휘황찬란한 불빛을 그 너른 품으로 가만히 품어준다.

 

찾아가는 길
일산 호수공원에 가려면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정발산’역에서 내려서 롯데백화점 방향으로  나온다. 10분 정도 걸어가면 호수공원이다.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려면 홈페이지 호수공원관리소(031-906-4557)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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