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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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꾸는 푸른 꿈

빛으로 그린 세상 2017. 6. 22. 16:15

-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



세상이 온통 하얗다. 도시의 스산한 거리도 회색 콘크리트도 모두 하얗게 덮여 있다. 밤새 내린 눈이 고단한 도시를 푹 감싸 안은 듯하다. 거리에 눈을 잔뜩 이고 달리는 자동차와 눈에 반쯤 가린 간판들이 정겨워 보인다. 잠시 꿈이라도 꾸는 듯, 을씨년스럽던 도시의 풍경은 밤새 동화 속 하얀 나라로 바뀌어져 있었다.



가지가 휠 정도로 눈을 잔뜩 지고 있는 나무들이 간간이 눈발을 흩뿌린다. 입구에 마중을 나온 듯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 먼저 오는 이들을 반긴다. 아침부터 나와서 눈 덩이를 굴리는 아이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얼굴에도 행복한 미소가 묻어난다. 이 곳이야말로 도시 속의 행복한 동화나라일까. 하얀 눈밭 이곳저곳에는 눈사람들이 웃고 서있다. 눈 덮인 ‘서울숲’을 찾은 길이다.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도시 숲을 만든다는 취지로 조성된 서울숲이 두 번째 겨울을 맞고 있다. 한여름 물줄기를 뿜어내며 더위를 식혀주던 바닥분수도 푸른 잔디밭과 싱그런 나무들도 조용히 눈에 덮여 있었다. 물줄기 사이를 뛰어다녔던 아이들은 이제 목도리를 하고 장갑을 끼고 눈 덩이를 굴린다. 아빠는 아이들에게 나무에 쌓인 눈을 털어내며 즐거워한다. 산책을 하는 연인들이나 가족의 모습에서도 흐뭇한 미소는 여전하다.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함께 노력하여 세계적인 공원으로 거듭난 센트럴파크처럼, 서울숲도 서울시와 시민이 함께 만들었고 함께 관리하는 공원이다. 생명의 숲 운동본부를 비롯한 환경단체와 기업, 시민, 학자들이 서울에 도시 숲을 만들기 위하여 서울그린트러스트를 추진했고, 서울시와 함께 2년여의 준비를 통해 뚝섬에 35만평의 서울숲이 탄생한 것이다.



가족 마당은 그야말로 드넓게 펼쳐진 눈밭이다. 어린 아기를 데려온 부모가 아이를 눈 위에 내려놓자, 엉금엉금 기어가면서도 처음 만난 눈이 신기한 표정이다. 엄마와 열심히 눈사람을 만드는 아이, 아빠가 끌어주는 눈썰매를 타며 좋아하는 아이, 여기저기에 발자국을 찍으며 눈 위를 뛰어다니다가 아예 누워서 뒹구는 아이 등……, 이 곳에서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행복한 추억을 함께 쌓아가고 있었다.



다시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다리를 건너자 여름내 무성했던 숲에는 가지만 남은 상수리나무 등 활엽수와 소나무가 잔뜩 눈을 덮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숲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생태숲이다. 하얗게 덮인 물가에 종종 찍힌 발자국들, 그리고 서너 마리의 꽃사슴이 고개를 숙이고 물을 먹는다. 강원도 어느 깊은 산자락에 온 듯한 한적한 풍경. 하지만 멀리 숲 뒤로 보이는 빽빽한 아파트 건물들이 이 곳이 서울 도심의 한복판임을 실감케 한다.



좀더 걸어가자 눈발이 흩날리는 한강이 고즈넉하게 펼쳐진다. 동서로 강이 흐르고 동서남북으로 산에 둘러싸인 서울은 원래 아름다운 곳이었으리라. 하지만 산들도 제 모습을 잃고 주변에는 회색 콘크리트 숲만이 빽빽한 이곳에 한강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기어가는 자동차들의 행렬만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시민들은 늘 지치고 고단하다. 이렇게 생기를 잃고 지쳐가는 잿빛 도시에 서울숲은 푸른 생명력으로 꿈틀대는 것이다.



오후가 되면서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 아파트에서 슬슬 걸어 나와 눈 덮인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에게는 서울숲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인다. 그들에게 있어 도시 숲은 마음먹고 어쩌다가 한 번 가는 곳이 아니라 언제든지 갈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그 자체로 생활의 일부이다. 자연 속에서 사계절을 온전하게 느끼고 자연과 교감하면서 그렇게 가족이 숲에서 소중한 추억을 엮어가고 있다. 개장이래로 몰려드는 인파를 보면 그 동안 얼마나 자연과의 공간에, 조용한 쉼터에 목말랐던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숲의 주인공은 단연 아이들이다. 사자와 코끼리 옷을 입고 손을 잡고 걸어가는 쌍둥이 여자아이들, 언덕배기에서 비닐포대로 눈썰매를 타는 장난꾸러기들, 소중한 어린시절의 한 페이지를 숲에서 채워가는 아이들을 보며 푸른 도시의 미래를 바라본다. 아직 서울숲도 아장아장 걷는 아기에 불과하지만 숲에서 뛰놀던 아이들이 자라서 가족을 이루어 다시 찾아올 때쯤이면 서울숲도 더욱 울창해질 것이다. 숲 자체로 생명력을 지니고 무럭무럭 자라면서, 그 생명의 공간에서 동식물은 더욱 번창해질 것이며, 도시의 다른 숲과도 생태적으로 연결이 되어 온 도시를 푸르게 덮으리라. 아이들에게 최후의 고향이 될 도시가 꾸는 푸른 꿈은 이렇게 시작이 되었다.



찾아가는 길
서울 도심에 나무와 물과 동물과 사람이 한데 어우러지는 서울숲에 가려면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뚝섬’역에서 내려서 8번 출구로 나온다. 표지판을 따라 15분 정도 걸어가면 서울 숲이 나온다.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려면 홈페이지 http://parks.seoul.go.kr를 방문하거나, 서울숲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임인 서울숲사랑모임(02-462-0253)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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