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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기다리는 선생님… “만나면 꼬~옥 안아 줄 거예요”

빛으로 그린 세상 2020. 4. 21. 11:16

왁자지껄 아이들 떠드는 소리로 가득했을 교실이 텅 빈 것처럼 허전하다.

나란히 놓인 책상들이 기약 없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고 창문 밖에서 기웃거리던 개나리, 벚꽃들도

심심해졌는지 햇볕 가림막에 꼭꼭 숨어버렸다.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수업 중인 선생님만 홀로 분주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만든 새 학기 교실 풍경이다.

“Hi, what are you doing?” 선생님이 학생들 출석을 부른 후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자

채팅창에 다양한 학생들의 반응이 올라온다. ‘선생님 어떻게 하죠, 전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요.’

한 학생의 메시지에 서둘러 답장을 보낸다.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마, 선생님이 잘하게 해줄게….’

경기 의정부 경민여중에서 1학년 영어를 담당하는 김혜연 선생님은

연달아 채팅창에 뜨는 학생들의 메시지에 답변하며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이 학교에 부임한 지 11년이 됐지만 난생처음 해보는 수업방식에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쉬운 강의가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텐데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니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안타까워한다.

“반 아이들을 만나면 한 명씩 이름을 부르며 꼬옥 안아 줄 거예요.”

아이들이 많이 힘들 텐데 잘 견뎌주고 있다며 교무실로 돌아가는 선생님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교정의 화려한 꽃들도 아이들이 없으니 아름다운지 모르겠다며 하루빨리 아이들을 마주하고 싶다는

선생님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아이들을 기다리다 지친 벚꽃 잎들이 봄바람에 날리며 텅 빈 교정에 뒹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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