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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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 견디고 핀 매화...희망 전하고 싶었으리

빛으로 그린 세상 2020. 3. 19. 08:29

끝이 있기나 한걸까?”

출근길 버스 안에서 문득 차창 밖 노란빛 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산수유가 꽃을 피웠다. 하루하루 안타깝고 숨 막히는 일상 속에 무심한 봄은 어느덧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서울에서 매화가 가장 먼저 핀다는 강남 봉은사를 찾았다. 사찰 입구부터 그윽한 향이 느껴진다. 마스크에 가려 잊고 지내던 아득한 향기다. 오랜 벗을 만난 듯 반갑다.

올해 손녀딸이 대학에 들어갔는데 아직 학교를 못가고 있어…….”

손녀에게 매화 사진 보내 준다는 백발의 노신사가 꽃들을 스마트 폰에 정성껏 담고 있다.

얼마나 설레고 기대가 컸겠어, 좀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 “

올해 여든 한 살이 되었다는 황기인 어르신은 6.25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다.

어제는 마누라 팔순인데 손녀딸도 오지 말라고 했어.”

당분간 보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면서도 매화를 사진에 담는 어른신의 표정이 사뭇 밝다. 매화사진을 보고 좋아할 손녀의 모습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길고 긴 겨울을 견디고 피어난 매화꽃의 희망을 전해주고 싶었으리라.

거리의 옷은 가벼워졌지만 마스크에 가려진 표정들은 무겁기만 하다. 이런 우리네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활짝 꽃망울을 터트린 매화꽃들이 웃고 있다. 답답했던 내 마음속에도 매화향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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