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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힘내세요”… 희망을 전하는 ‘꽃들의 합창’

빛으로 그린 세상 2021. 1. 26. 09:01

삶의 에너지가 바닥날 때면 회사에서 가까운 남대문시장을 찾는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보면 어느새 의욕이 조금씩 생겨난다. 특히 시장 한가운데 있는 꽃상가는 늘 그윽한 향기로 나를 반겨준다. 그리고 이곳을 나설 때는 꽃 한 다발과 함께 미소가 배어나곤 했다. 코로나로 꽃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단골 꽃집 아주머니가 계시는 남대문 꽃상가를 찾았다.

“얘는 어떻게 해요?”

“걔들 참 예쁘지요.”

수북이 쌓인 꽃들을 앞에 두고 꽃집 아주머니가 모처럼 찾은 손님과 나누는 대화가 정겹다. 마치 어린아이들 보듯이 사랑스러운 눈빛이다. 30년 넘게 이곳에서 꽃도매를 하는 최명숙(69) 씨다. 코로나로 졸업과 입학 시즌마저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다행히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늘 꽃들과 함께 지내서인지 화장기 없는 얼굴에 생기가 가득하다.

꽃을 신문지에 말아 묶어주는 아주머니의 손이 불편해 보인다. 오랫동안 힘줘 가위질하다 보니 오른손 마디마디가 굳어버렸다. 도매시장이라 새벽 3시부터 물건을 받고 일을 시작하다 보니 그동안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소풍은 물론 입학, 졸업식도 함께하지 못했던 것이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 새벽에 나와 저녁에 들어가면 잠들어 있는 아이들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그 어려움 속에도 아이들이 잘 커 줘서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고 한다.


“이 꽃들이 경찰관 몇 백 명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요.”

코로나로 힘든 상황이지만 꾸준히 꽃을 사러 오는 사람들을 보며 아주머니는 우울하고 화난 마음도 꽃을 통해 정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 매일 꽃을 보니 지겹지 않냐는 질문에 지금도 어디 가서 꽃만 보면 환장(?)한다고 한다. 자신의 고단한 삶을 꽃으로 피워낸 아주머니를 보며 우리의 삶은 날마다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고 한 시가 생각난다. 아주 작은 마음에서 희망이 시작되듯이 꽃 한 다발 사 들고 나서는 마음에 기쁨이 인다. 신문지에 싸인 꽃들이 조금만 더 힘내라며 방긋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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