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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사랑채 복원 다섯째날 아침 일찍 그동안 든든한 벗이 되어준 정남이와 집앞 함박산으로 산책을 나왔습니다. 구들 놓고 새침까지 긴 공정을 마치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보았습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굴뚝을 바라보자 이내 연기가 힘차게 올라왔습니다. 성공입니다. 구들 복원에 쏟은 지난 5일간의 노고가 한순간 보상받은 느낌입니다. 구들 복원을 기념하여 좋아하는 산수국을 심었습니다. 좋은 시절에 사랑방에 은은히 불을 지펴놓고 벗들과 한잔하기를 기대합니다.
사랑채 복원 넷째날 화창한 봄날, 어머니가 음식을 잔뜩 싸들고 격려차 오셨습니다. 모처럼 맛있게 점심을 먹고 힘을 내봅니다. 오늘 미션은 구들 틈새 메우기와 황토 몰탈로 구들덮기. 구들 해체할 때 함께 나온 작은 돌들이 큰 역할을 합니다. 구들장을 단단히 고정되고 틈새를 메우는데 제격입니다. 작은 돌들이 큰 구들을 받치고 있어 구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하찮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있어 세상이 존재하고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사랑방 문턱에서 구들장 마무리 작업을 지켜보던 정남이가 감수를 합니다. 이곳저곳을 살피더니 OK 사인을 보냅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아픈 팔로 수고한 나를 위해 연태고량주로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
사랑채 복원 둘째날 간밤에 무서리가 내렸습니다. 오늘은 무너져 내린 고래둑을 적벽돌로 쌓았습니다. 오랜만에 벽돌을 쌓으니 삐뚤빼둘 진도가 통 나질 않습니다. “귀뚜라미(보일러) 좋아, 뭐하러 고생해~” 벽돌과 씨름하는 모습이 딱해 보였는지 지나가던 동네분이 안타까운 듯 한말씀 하셨습니다. “그냥 좋아서요.”라며 웃음으로 화답했습니다. 하루종일 네줄기의 고래(불과 연기가 지난는 통로)를 쌓고 오늘 작업을 마무리 했습니다. 고래둑이 단단해지면 마당에서 무서리 맞으며 기다린 구들이 올라갑니다, 몸은 고되지만 매주 을 마감하며 쌓인 몸속 독이 빠져나가는 느낌입니다. 돼지목살과 막걸리로 오늘의 수고를 위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