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자식 (2)
빛으로 그린 세상
설렁탕 위 ‘하트 파’… 엄마가 보낸 사랑인 듯
경황이 없어 끼니를 놓쳤다. 어머니가 시골집 마당에서 쓰러지셔서 병원 응급실까지 내달리며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입원까지 마치고 한숨을 돌리고 나니 하루해가 다 갔다. 갈증과 허기가 동시에 몰려왔다. 병원 근처 식당 구석에서 혼자 설렁탕을 먹고 있었다. 뜨거운 국물이 타들어 가던 속을 채워주었다. 몇 숟갈 뜨다가 국물 위에 떠오른 하트 모양 파 두 조각에 눈길이 머물렀다. 한동안 그 모습을 보는데 뜨거운 것이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아닌 척, 괜찮은 척하며 묵묵히 견뎌왔는데…. “얘야, 괜찮다. 어서 먹어.” 고통 속에 신음하면서도 도리어 자식을 위로해 주시는 것 같았다. 어머니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빛으로 그린 세상/생명을 찾아서
2022. 1. 13. 13:31
찬바람에 어린자식 멀리 보내는 벌개미취
찬바람이 불어옵니다. 연보랏빛으로 가을 들머리를 물들이던 벌개미취 꽃이 어느덧 백발이 되었습니다. 자식을 멀리 보내는 애끓는 부모마음 처럼 뽀얀 솜털씨앗을 잔뜩 움켜쥔 채 좀처럼 놓지 못합니다. 한차레 세찬 바람이 불자 더는 미련없이 씨앗을 훌훌 날려보냅니다. 솜털에 싸여 산으로, 들로 날아가는 여린 생명들은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내년에 보랏빛으로 우리를 반길 것입니다. 희망이 품었기에 꽃은 활짝 피었을 때보다 새생명을 떠나 보낼 때 더 아름다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 글 김선규기자
빛으로 그린 세상/생명을 찾아서
2019. 10. 14. 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