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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오늘 아침 아내가 보내준 한 장의 사진에 하루 종일 가슴이 먹먹합니다. 아내는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항암치료와 연명치료를 거부한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깊은 잠에서 깨어날 때 마다 아내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코로나로 외국에서 발만동동 구르고 있는 자식들에게 화상통화를 연결해주기도 합니다. 퇴원하면 아껴둔 술을 하자고 호기롭게 말씀 하셨는데……. 늘 묵묵하셨지만 따뜻하셨던 분입니다. 아내의 손을 통해 장인어른의 온기가 전해집니다. 아버님 사랑합니다.
잔설이 남은 산 한 모퉁이에 작고 여린 싹들이 얼굴을 내민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겨우내 얼어붙었던 대지를 뚫고 자신의 온기로 눈을 녹이고 있다. 산도 개울도 아직은 꽁꽁 얼어 모든 것이 숨죽인 듯하지만, 봄은 우리 곁으로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다. 여린 싹을 보니 코로나19로 잔뜩 얼어붙은 우리네 가슴속에도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오는 듯하다. 잔뜩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고 기지개를 켜본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마스크에 비옷까지 입은 사람들이 나무판에 연탄을 짊어지고 골목길을 오르고 있다.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이지만 온기를 나누기 위해 인천 문학산 자락 산동네에 모인 연탄배달 자원봉사자들이다. “연탄이 예쁘게 생겼어요.” 태어나 ‘실물연탄’을 처음 본다는 인채원(26) 씨가 동갑내기 단짝 안경원 씨의 얼굴에 묻은 검댕을 보며 웃음을 터트린다. 대학 단짝인 두 사람은 입사한 지 한 달 된 초년생으로 사회 첫발을 내디디며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연탄이 생각보다 무거워 처음에는 두 장씩 옮겼는데 몇 번 해보더니 3장도 거뜬하다. 경원 씨는 연탄 배달을 하는 내내 아직도 연탄을 쓰고 계시는 외할머니 생각을 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외할머니를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