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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이곳은 강원도 민둥산 정상입니다. 온 산자락에 은빛 물결로 출렁이던 억새들이 해가 저물어가면서 황금빛으로 물들어갑니다. 지나온 길은 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걸까요? 돌아보면, 아름다운 그 길에서 향기도 맡아보고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마음껏 누리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더 빨리 오르려는 욕심으로 앞만 보고 달렸던 그 걸음들은 비단 이곳만은 아니었겠지요. 어쩌면 제가 그동안 살아온 인생 걸음걸음도 그와 같았다고 생각됩니다. 이제는 내려 가야할 시간입니다. 어둠이 밀려오면서 억새가 바람에 서걱거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이제서야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자유로운 내 자신을 만납니다. 서툴렀지만 열심히 달려온 저에게 억새들이 온몸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지난겨울 비둘기 한 마리가 제 마음속으로 날아 들어왔습니다. 날개 끝에 두 줄의 갈색 무늬가 있는 비둘기입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 나무 그네에 앉아 물끄러미 호수를 바라보고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종종거리며 먹이를 쪼고 있는 모습을 자세히 보니 한쪽 발가락이 모두 잘리고 발목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균형이 맞지 않는 다리로 뒤뚱거리며 이리저리 힘겹게 걷는 모습에 콧등이 시큰거렸습니다. “얼마나 사는 게 힘들었을까?” 그때부터 습관처럼 그곳에 가면 그 비둘기를 찾게 됐습니다. 가끔 마주치는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한테 뒤처지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마음이 컸는데 그 당당한 모습에 저도 위로를 받았습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