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문경 (2)
빛으로 그린 세상
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있다. 화려한 곳에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스타도 있고 누군가를 대신해 온몸을 날리고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흙먼지를 툴툴 털고 일어서는 삶도 있다. 장마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날, 사극 세트장에서 밤샘 촬영 작업을 마치고 문경 단산에 오른 스턴트맨을 만났다. “제 몸속에 저를 지탱해주는 쇠붙이가 7개 있어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싱겁게 웃으며 박근석(47) 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어릴 적 청룽(成龍)이 출연한 영화에 반해 30여 년을 촬영 현장에서 ‘레디∼ 액션’에 몸을 던졌다. ‘괴물’ ‘쉬리’ ‘올드보이’ 등 수백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대역 연기라 주목받지 못했지만 뜨거운 현장의 열기에 늘 행복했다. 몸에 상처가 늘어나면서 진통제로 버티는 날도 많아졌다. 험한 대역..
하나, 둘, 셋. 줄을 꼭 잡고 바람보다 더 빨리 달렸다. 이내 두 발이 허공에서 버둥거리더니 푸른 물결이 발아래 펼쳐진다. 잔뜩 긴장한 얼굴을 부드러운 바람이 어루만져 준다. 마침내 새처럼 날고 싶다는 꿈이 이뤄졌다. 문경새재가 한눈에 보이는 하늘 위를 날고 있는 것이다. 아찔했던 정신이 돌아오면서 산과 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두대간 줄기인 조령산, 백화산, 월악산 등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저 멀리 한발 앞서 비행한 이철호(50) 씨의 모습도 보인다. 처음 하늘을 날아본다는 그도 나와 같은 심정이리라. 비행을 위해 활공장으로 올라오면서 많은 대화를 나눈 터였다. “세상이 이래 바뀌는구나 싶었지요.” 대구에서 삶의 기반을 잡은 이 씨는 그동안 겪었던 일을 담담하게 들려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