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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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풍경

작은 풀꽃 사랑하는 ‘강철 스턴트맨’

빛으로 그린 세상 2020. 7. 22. 09:20

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있다. 화려한 곳에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스타도 있고 누군가를 대신해 온몸을 날리고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흙먼지를 툴툴 털고 일어서는 삶도 있다.

장마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날, 사극 세트장에서 밤샘 촬영 작업을 마치고 문경 단산에 오른 스턴트맨을 만났다.

“제 몸속에 저를 지탱해주는 쇠붙이가 7개 있어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싱겁게 웃으며 박근석(47) 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어릴 적 청룽(成龍)이 출연한 영화에 반해 30여 년을 촬영 현장에서 ‘레디∼ 액션’에 몸을 던졌다.

‘괴물’ ‘쉬리’ ‘올드보이’ 등 수백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대역 연기라 주목받지 못했지만 뜨거운 현장의 열기에 늘 행복했다. 몸에 상처가 늘어나면서 진통제로 버티는 날도 많아졌다.

험한 대역 연기를 마치고 몸을 못 움직일 정도로 파김치가 된 어느 날, 우연히 콘크리트 사이에서 핀 풀꽃이 눈에 들어왔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한참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때부터 힘든 대역 촬영을 마치면 산과 들로 작은 생명들을 찾아 나섰다.

 


뒤늦게 시작한 사진이지만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들은 살아 꿈틀거리며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작은 풀꽃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토끼풀꽃을 스마트폰에 담고 있는 그의 모습이 평화롭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척박한 환경에서 자기 빛깔과 향기로 피어오른 들꽃을 닮았다. 구름 속에 숨어있던 해가 나오며 ‘빛내림’이 시작됐다.

지천으로 피어나는 토끼풀과 그 꽃들을 사랑하는 ‘올드 스턴트맨’에게도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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