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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파란 하늘아래 미루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다. 산책길을 따라 심어진 스크렁들은 바람결에 덩실덩실 춤을 춘다. 서울 이촌한강공원 풍경이다. 어깨동무 하며 그 길을 걸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에 아슴아슴 추억이 떠오른다. 아마도 이 아이들만 한 때 였나보다. 할아버지의 심부름으로 막걸리를 받아오던 길에는 논두렁을 따라 키 큰 미루나무들이 있었다. 더운 여름날 미루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쉬면서 몰래 맛보던 그 막걸리 맛이 얼마나 맛있던지... 그 달콤했던 유년의 추억에 동요 한 자락이 입안에서 맴돌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이 걸려 있네.....’ 서울시는 2017년부터 한강 동서를 잇는 약 40km 길이의 ‘미루나무 백리길’을 조성했다. 시원하게 뻗은 미루나무 길을 걷다보면 추억의 한 자락을 길어 올릴 수 있..
세상이 어지럽습니다. 산책을 하다 부러진 나무 가지 하나 주웠습니다. 한손에 쏙 잡히는 느낌이 좋아 집에 가져와 생명을 불어 넣어주었습니다. 옹이는 두 눈이 되고, 부러진 상처는 입이 되었습니다. 다듬고 칠하고…….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노가리로 변신했습니다. 오늘은 이 노가리를 눈요기 삼아 막걸리 한잔하렵니다. ^ ^
사랑채 복원 둘째날 간밤에 무서리가 내렸습니다. 오늘은 무너져 내린 고래둑을 적벽돌로 쌓았습니다. 오랜만에 벽돌을 쌓으니 삐뚤빼둘 진도가 통 나질 않습니다. “귀뚜라미(보일러) 좋아, 뭐하러 고생해~” 벽돌과 씨름하는 모습이 딱해 보였는지 지나가던 동네분이 안타까운 듯 한말씀 하셨습니다. “그냥 좋아서요.”라며 웃음으로 화답했습니다. 하루종일 네줄기의 고래(불과 연기가 지난는 통로)를 쌓고 오늘 작업을 마무리 했습니다. 고래둑이 단단해지면 마당에서 무서리 맞으며 기다린 구들이 올라갑니다, 몸은 고되지만 매주 을 마감하며 쌓인 몸속 독이 빠져나가는 느낌입니다. 돼지목살과 막걸리로 오늘의 수고를 위로합니다. ^^
“이랴∼ 이랴∼ 이랴∼” 정겨운 소리가 고요한 첩첩산중에 메아리친다. 비탈밭에서 소의 고삐를 밀고 당기며 쟁기질하는 농부의 손놀림이 능숙하다. 소는 늙은 농부의 호령에 뚜벅뚜벅 장단을 잘도 맞춘다. 경사진 밭에서 한 몸처럼 움직이는 농부와 소를 자세히 보니 소가 농부의 말을 척척 알아듣는다. “이랴∼” 하면 가고, “워” 하면 멈춰 선다. 고랑 끝에서 “워워∼” 하니 오른쪽으로 돌아선다. 두 고랑을 갈고 나니 소도 농부도 거친 숨을 몰아쉰다. “이 밭이 6천 평이래요∼, 소 없으면 일을 못 해요.” 고삐를 내려놓고 자신의 고달픈 삶을 막걸리 한잔에 풀어내는 우광국(79) 어르신은 평생 소와 더불어 살아왔다. 저 소도 일을 시키기 위해 어미젖을 떼고 4개월 때부터 나뭇등걸을 씌워 길들였다고 한다. 어릴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