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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삶의 에너지가 바닥날 때면 회사에서 가까운 남대문시장을 찾는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보면 어느새 의욕이 조금씩 생겨난다. 특히 시장 한가운데 있는 꽃상가는 늘 그윽한 향기로 나를 반겨준다. 그리고 이곳을 나설 때는 꽃 한 다발과 함께 미소가 배어나곤 했다. 코로나로 꽃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단골 꽃집 아주머니가 계시는 남대문 꽃상가를 찾았다. “얘는 어떻게 해요?” “걔들 참 예쁘지요.” 수북이 쌓인 꽃들을 앞에 두고 꽃집 아주머니가 모처럼 찾은 손님과 나누는 대화가 정겹다. 마치 어린아이들 보듯이 사랑스러운 눈빛이다. 30년 넘게 이곳에서 꽃도매를 하는 최명숙(69) 씨다. 코로나로 졸업과 입학 시즌마저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다행히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
일상이 또 멈췄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어디든 텅 비었다. 거리는 한산하고 식당에도 시장에도 인적이 드물다. 생존의 위험 속에 사람들은 움츠러들었고 생계의 위협 속에 누군가는 거리로 나서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국적으로 시행되면서 600년 전통의 서울 남대문시장도 활기를 잃고 깊은 적막감 속에 빠져들었다. “하늘이 너무 무심해…….” 올해처럼 장사가 안된 것은 평생 처음이라며 리어카에서 과일주스를 팔고 있는 주재만(75) 씨가 한숨을 쉬고 있다. 무더위 속에 하루 종일 넉 잔밖에 못 팔았다며 신문지를 말아 남의 속도 모르고 날아드는 파리를 쫓고 있다. 안되는 줄 알면서도 본전이라도 해볼까 해서 나왔다는 주 씨는 야채 그릇과 핫바, 과일주스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