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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아름다운 노을… “하늘은 참 공평해”

빛으로 그린 세상 2020. 8. 3. 08:45

구름이 낮게 내려앉았다.

먹구름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맑고 시리다.

예년보다 길게 이어진 장마로 몸과 마음이 눅눅해지던 사람들이 공원으로 나왔다.

부드러운 햇살을 즐기며 느리게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표정은 안 보여도 눈가에 피어나는 미소는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는다.

아내와 호수공원 산책길에 나섰다.

잔잔한 물결이 일면서 호수에 드리워진 구름도 두둥실 떠다닌다.

물과 사랑에 빠진 애수교(愛水橋)에 서니 어른 팔뚝만 한 잉어들이 물 밖으로 입을 내밀며 반갑게 인사한다.

호수교 아래 바람이 상쾌하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평상에 자리를 잡았다.

‘바람 어디서 불어오는지’란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리 밑을 지나니 서쪽으로 기우는 해가

오렌지색을 품고 구름 사이로 황홀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

“하늘은 참 공평한 것 같아. 누구나 똑같이 즐길 수 있으니.”

가던 길을 멈추고 아름다운 노을에 감탄하며 중얼거리는 아내의 말이 묘하게 위로가 된다.

최근 일고 있는 집값 광풍에 마음이 불편했다. 아이들 잘 키우며 열심히 살았는데 자꾸 삶에서 뒤처지는 느낌이었다.

허한 가슴에 노을빛이 채워지며 작은 기쁨이 솟아난다.

앞서 걷던 중년 부부도, 유모차를 끌고 아기와 함께 가던 엄마도 이 순간,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장마와 무더위 속 우리 곁에 찾아든 아름다운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 황홀한 일몰까지

‘여름이 준 선물’에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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