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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외버스를 타고

빛으로 그린 세상 2017. 6. 26. 12:50

시외버스를 타고 / 이상희


내 가을은
시외버스를 타고
고향과 타향 사이 국도를
무겁게 흔드리는 진자(振子),
감지도 뜨지도 못하는 눈을
차창에 대면

부부부 날선 햇살을 뭉개고 섰는
억새 으악새가,
에고에고 한평생 울 일 없는
허수아비가,
오색 찬란한 산빛보다 먼저
앞을 가로막고

나는 가만히 앉은 채로도
발이 퉁퉁 붓도록
길을 잃고 헤맸습니다

이제 기나긴
밤의 날들이 오고
폭설이 내리고
우리의 가난도 일직 잠들겠지요
슬픔도 진자도 멈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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